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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족벌 언론과의 싸움, 먼저 끝내지는 않을 겁니다'

해직기자 10년, 워싱턴 특파원 10년 /논객으로 돌아와 '세습사주'정면도전

김현  2000.1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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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이 되어 돌아 온 특파원.

워싱턴 특파원 11년 생활을 마치고 돌아 온 정연주 한겨레 논설 주간이 벼르던 칼을 빼들었다.

그의 표현대로 ‘사시미 칼’에 맞선 진검 승부다. 이른바 조폭 시리즈 칼럼.

정 위원은 지난달 11일부터 이 칼럼에서 동아·조선·중앙일보를 ‘조중동’으로 묶어 부르며 이들 신문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세습 사수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젊은 언론인들 일어나라”, “언론노조여 깨어나라”는 격문에 가까운 이 칼럼을 두고 언론계와 독자들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논설 주간의 글 치고는 너무 거칠다”는 비판과 “한겨레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지지가 내부에서부터 엇갈렸다. 현실과 이상, 한국과 미국의 상황 차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조중동’의 한 젊은 기자는 “뭘, 어떻게, 일어나라는 말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독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허락없이 실어서 죄송하다”며 편지를 보내 온 한 고등학교 선생님은 그의 글을 국어 시험 지문으로 인용했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칼럼 100부를 복사해 붙였다는 한 할아버지는 “붙이는 동안 내내 떨리고 두려웠다”며 편지를 보내왔다.

30대의 꼬박 10년을 ‘해직 기자’ 꼬리표를 단 채 80년대를 보낸 뒤 40대는 워싱턴에서, 그리고 이제 50대 중반이 되어서야 논객으로 돌아온 초로의 선배 기자.

그런 그를 언론 비판의 최일선으로 다시 ‘파견’나오게 한 것은 어떤 힘이었을까. 그는 ‘잊을 수 없는 해직 동지들’이라고 말한다. 특파원 경험 ‘잊기 전에’ 책으로나 남기자던 그가 이 곳에서 맞닥뜨린, ‘잊고 싶었던’ 언론 현실. 그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지금 한국 언론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가 어느 때보다 만개해 있습니다. 활짝 피어도 이렇게 활짝 필 수가 없지요. 그러나 대자본의 지배는 더욱 심해졌어요. 대자본 세력은 광고주와 세습 사주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유독 심한 것이 세습 사주 문제입니다. 소유와 경영, 편집까지 모두 간섭하기 때문이지요. 회장 지시로 칼럼을 삭제하고 또 직접 외국 총리와 인터뷰하는 언론사가 어디 있습니까.”

-글이 너무 거칠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해마다 10월 24일만 되면 죽은 나의 동지들이 떠오릅니다. 작년에는 강정문이라는 동기가 죽었어요. 10명이 먼저 갔습니다. 24일이 가까워오면 점잖은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일제시대에‘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하면 그 시가 와 닿습니까.”

그는 75년 동아 사태 당시 김종철 전 연합뉴스 사장과 성동구치소의 같은 방을 썼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