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끔찍이도 위해서 하는 말인지, 아님 은근슬쩍 약을 올리기 위해서인지 아직도 헷갈린다.
내가 출입 기자 중에서 유일하게 장가를 못간 탓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기자실의 오랜 분위기 탓일 게다.
충북도청 기자실은 뭐랄까…, 시골 사랑방 같은 분위기다. 시골 사랑방에선 그까짓 ‘격의’나 ‘품위’보다 늘 정감어린 대화가 오가지 않았던가.
충청일보, 중부매일신문, 동양일보, 한빛일보, KBS, MBC, CJB, CBS, BBS, 연합뉴스, 대전일보, 여기에 중앙사까지 35명이나 되는 비교적 대가족이다.
신(神)이 내린 언변으로 모임이 있을 대마다 시종일관 ‘잘생긴 입’만 쳐다보게 만드는 MBC 박민순 선배. 탁월한(?) 능력으로 공보실을 적군이 아닌 아군으로 끌어들인 기자실 간사 충청일보 장선배 선배(이름이 선배라 중복될 수밖에 없다). 항상 불같은 성격으로 ‘살아있는 기자 정신’으로 통하는 CBS 곽영식 선배. 탁구공 마냥 어디로 튈지 몰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연합뉴스 박종국 선배. 여기에 채시라 뺨치는 미모에 오히려 남자를 당혹(?)하게 만드는 ‘털털함’까지 갖춘 불교방송 전영신 기자.
출입기자의 면면을 다 소개할 수는 없고, 그 가운데 공통 분모를 끄집어 내자면 괜히 어깨에 힘주는 법 없이, 따뜻한 가슴으로 기사를 써내려가는 이들이다.
대충 감은 잡았겠지만 우리 기자실은 출입처의 특성상 경찰청 기자실처럼 시간을 다퉈야 하는 ‘거리’는 거의 없다. 대신 도청 출입이라는 짐 때문에 매일 톱기사 거리를 써야하는 게 큰 고민이다. 그러나 행정기관, 그것도 기획이 주업무인 도청에서 늘 이 ‘톱거리’가 나와줄리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아마 충북에서는 도청출입 기자가 제일 머리가 복잡할 것이다.
또 민선시대가 열리면서 지역 여론을 담아내고 이끌어가야 할 때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우리 출입 기자들의 대단한 고민이다.
알다시피 충북은 수도권과는 비교할 바가 못되고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서도 인구나 물적 자원이 빈약하고 개발 속도도 더딘 편이다. 그래서 최근의 용담댐 물분개 문제라든가, 수도권 공장 총량제 폐지 같은 다른 지역과 갈등을 겪는사안이 나올 때마다 지역의 여론과 기자로서의 균형 감각을 함께 지키려고 무척 고민한다.
여기에는 바로 옆 사무실 중앙사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중앙사 기자들은 충북에서 잔뼈가 굵은 대선배들이 많은데, 충북 전역을 도맡아야 하는 만큼 그때 그때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을 다룰 때가 많다. 그렇지만 때로는 경력에 걸맞게,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지방사에서 빠뜨린 문제나 미담, 화제거리를 용케도 찾아내 적잖이 지방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중앙사와 지방사는 한지붕 두 가족이 아니라 같은 길을 걷고 때로는 서로 자극을 주고받는 동반자다.
한가지 더!
대부분 줄담배인 우리 기자실에 얼마전부터 금연이 선포됐다.
기자 경력이 미천해 다른 기자실 사정은 잘 모르지만 아마 흔치 않을 게다. 기자실의 잔업무를 돕는 여직원이 곧 아기 엄마가 되기 때문이다. 여직원을 잠시 교체해 달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이것을 마다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밖에서 추위에 달달 떨며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는 선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