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에 출입하는 이주승 기자는 선후배의 정을 흠뻑 느끼게 하는 ‘묘한 재주’를 갖고 있다. 선후배간에 ‘단절의 위기’를 말하는 요즘, 한치 손해도 거부하는 각박한 세상, 자기를 양보하고 희생할 줄 아는‘천성’이 부럽기만 하다.
주위에선 이 기자를 두고 ‘이율배반적 인간’이라고 농을 건다. 생긴 건 제비처럼 생겼지만 알고 보면 영락없이‘촌놈’이라고 웃음을 터뜨린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인간성’ 하나로 버티는 기자는 아니다.
지난 7월 이 기자의 외교부 출입 시절. 태국 방콕에서 열린 북미 외무장관 회담 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 취재기자들은 마감시간에 쫓기며 기사송고에 정신이 없었지만 통역사가 없던 관계로 번역에 애를 태웠다. 육성녹음 테이프를 수없이 돌리며 취재기자들이 합동으로 번역을 시도했지만 ‘본토 발음’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이 기자는 마지막까지 끙끙거리며 번역에 성공하는 ‘투혼’을 발휘했고 동료·선배 기자들에게 일일이 내용까지 설명해 주었다. 포기하지 않는 그의 기자근성과 남을 배려하는 ‘서비스 정신’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97년 8월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 당시 열띤 취재경쟁 속에서 주지사와의 단독 인터뷰를 성공시킨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카투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중단없이 해 온 영어 공부가 밑거름이 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의 기억력엔 좀 문제가 있다.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빨리 없애는 재주는 남다르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도 가끔 뒤섞인다. 사람들을 잘못 인식, 이에 따른 해프닝도 적지 않았다는 게 선배들의 귀띔이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자’는 이 기자는 지난 9월 인생을 건 ‘도박’을 시작했다. 신문기자에서 방송기자로 행로를 바꾼 것이다.
수습기자의 각오로 이리저리 숨가쁘게 뛰어다니는 그를 지켜보면 그의 모험에 행운이 깃들 것 같은 감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