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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추천작]-사람사는 냄새 가득한 사랑의 에세이

장영희 작 <내 생애 단 한번...>

서이석  2000.1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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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석 동아일보 소년동아팀 차장





쏟아지는 책의 홍수속에서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만나기는 퍽 힘들다. 신문의 책 소개난이나 광고를 통해 무턱대고 책장을 넘기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때의 개운치 않은 뒷맛이란….

요즘 나의 책 읽기는 자전적인 이야기가 곁들여진 산문 읽기에 집중된다. 좋은 산문집을 만나면 나는 산문(山門)에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 지은이의 진솔한 삶을 엿보면서 나는 그 글을 통해 지혜를 배우고 훈훈한 감동을 마음의 양식으로 삼아 바쁘고 지친 삶의 윤활유로 삼는다.

요즘 광고 카피나 신문의 제목들에 ‘아름다운’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데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책 제목은 ‘내 생애 단 한번, 때론 아프게, 때론 불꽃같이’(샘터 발행). 책을 다 읽은 뒤 감동이 진해 가슴이 저미기도 했고 “와! 이런 삶도 있구나” 깨달으면서 내 자신의 흐트러진 생활을 다잡게 된다.

이 책은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인이 된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집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역정을 아주 훈훈하고 맛깔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때론 짧게, 길게 쓴 40편의 에세이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휘어잡은 것은 ‘A+마음’이다.

장 교수가 학점을 매기는 과정을 쓴 것인데 수강 학생의 영어회화 점수는 B+와 A-를 왔다갔다 한다. 장 교수는 어떤 점수를 주어야 할지 망설이는데 그 학생이 겨울에 부채를 파는 쇠약한 노인 노점상에게서 부채를 사는 것을 먼 발치서 보고는 남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 와닿아 성적을 A+로 주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사랑’이라는 만국 공통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데 영어회화는 조금 못하면 어떻겠느냐는 장 교수의 독특한 교육관이 배어있는 대목이다. 책을 완독한 뒤에는 나도 ‘사랑’이라는 만국 공통어를 광화문 지하도를 갈 때마다 능숙하게 구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많은 잠언 같은 글들이 있다. 책갈피마다 행간마다 오롯히 더불어 사는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

아버지(고인이 된 장왕록 교수)에 대한 극진한 사랑, 우정, 공동체 정신 등 정말 읽어보면 눈을 뗄 수가 없다.

장애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사람 장영희 교수, 파이팅!

단언컨데 책을 잡는 순간 당신은 책속에 코를 박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산문(散文) 책을들고 산문(山門)에 들어가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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