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5개 부문에 모두 26건이 출품됐다. 눈에 확 띄는 대형 ‘스쿠프’와 기획물은 없었지만 기사 대다수가 수준 이상의 내용들로 호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5건, 전문보도 4건 등 출품기사 모두가 1차 심사를 통과했고, 지역기획보도 5건중 4건, 취재보도·지역취재보도 6건중 각각 4건도 수상후보작으로 올랐다는 것은 갈수록 이달의 기자상 추천기사가 알찬 내용이 많음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취재기자의 특종노력에 비해 회사측에서 이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경우가 있었고 뛰어난 기획력과 기자들의 발품에도 불구하고 기사의 일부 내용이 논란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아쉬움을 더했던 작품도 있었다.
지난 한달간 경제부처와 재계, 정치권을 흔들어 놓았던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과 관련한 보도 2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경향신문이 모처럼 취재보도와 기획보도 등 2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개가를 올렸다.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한 경향신문 법조팀의 ‘동방금고 청와대 직원 연루 명단 입수’는 이른바 ‘정현준 리스트’를 단독 입수해 전화번호 등을 역추적 함으로써 정씨가 청와대 인사에 거액의 돈을 줬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 이 기사가 나온 다음 청와대 사정비서실에서 내사, 청와대 청소원이 수억 원을 받아 챙긴 사실을 적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정씨 사건과 관련한 각종 리스트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명단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 타 신문들이 이를 받지 않아 ‘완전 무결한 특종’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세계일보의 ‘외규장각 도서 134년만의 환국’ 기사는 1차 심사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1판 보도 이후 개판하면서 오히려 축소보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종의 가치를 회사측에서 지켜내지 못했다’는데 심사위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또 논란을 일으켰던 맞교환문제를 제대로 적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획보도부문에서 수상한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의 ‘의원 20명, 재계, 고위관료 등 지도층인사 판교 화성에 땅 수십만평 보유’는 기자들이 지난 5년간 관보에 게재된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을 일일이 점검하고 현지에 가서 확인한 기사로 그야말로 발로 뛴 노작(勞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공직자들의 경우 수십년 전에 산 땅을 과연 투기로 볼 수 있느냐는지적과 함께 이 기사 내용을 갖고 여당이 정치공세를 한데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심사위원도 있었다.
중앙일보의 ‘주요기관 PC 초보자가 해킹’은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으나 컴퓨터 초보자나 다름없는 기자들이 몇 초만에 경찰서 정당 대기업 등의 컴퓨터망에 직접 들어가 기밀문서 등을 쉽게 엿볼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도해 호평을 받았다.
지역취재부문에서 수상한 매일신문의 ‘숨겨진 포철 납품 권력형 비리’는 이론의 여지없이 단독으로 뽑혔다. 대통령 동생 비서, 장관 조카사위 등이 연루된 전형적인 ‘한국형 권력비리’ 사건을 파헤쳐 지방신문이 모처럼 ‘전국적인 특종’을 했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동된 평가였다.
지역기획취재부문의 경인일보 ‘인현동 화재참사 그후 1년’은 사건 발생때만 크게 보도하고 뒷심이 약하다는 한국신문의 고질을 깨고 지난해 청소년 등 1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호프집 화재사건이 주는 교훈과 문제점, 청소년 유흥업소 실태 등을 다각도로 진단, 조명해 수상작으로 뽑혔다.
광주CBS의 ‘전남지역 난개발 이대로 좋은가’는 기자들의 노력이 돋보였음에도 현장을 고발하는 ‘그림’이 없어 충격과 생동감이 결여돼 라디오 매체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대구MBC의 ‘환경 리포트’는 환경 관련 지역기관장 등이 취재에 참여, 직접 보도한데 대해 신선했다는 평가와 보도내용의 미흡함이 함께 지적됐다.
전문보도부문의 사진분야에서 3건 모두가 수준작으로 평가돼 경합을 벌였으나 광주 동구보건소에 몰려든 2천여명의 환자들이 길게 줄을 선 장면을 찍은 광주일보의 ‘의료파업, 보건소 장사진’이 의료대란을 실감나게 보여준 것으로 평가돼 수상작으로 뽑혔다.
특별상으로 선정된 연합인포맥스의 ‘정현준 게이트, P사 주식·현금 금감원에 유입 의혹’은 정현준씨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금감원 간부 로비의혹을 제기했다. 앞으로 기협 회원사가 아닌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언론과 전문일간지 등도 특별상 부문의 후보작으로 받기로 해 기자상의 문호를 더욱 넓혔음을 알려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