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을 하루 앞둔 23일 사퇴한 연합뉴스 최정 편집상무와 노정선 업무상무가 사퇴 하루 전에 청와대 박준영 공보수석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연합 내부 인사에 대한 정부 외압 의혹이 일고 있다.
노정선 전 업무상무는 22일 오후 6시경 모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에서 물러나라는 전화가 왔다”며 “사직서 제출을 위한 절차를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전화를 받은 국장은 “노 상무에게 ‘청와대 누구였느냐’고 물으니 박준영 수석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정선 전 상무는 “22일 오후 4시 30분 경 박 수석 전화가 온 것은 사실”이라며 “사퇴 압력은 아니고 ‘사직을 하기로 했다는 데 사실이냐’라고 물어왔다”고 말했다. 최정 전 상무는 전화 통화 사실에 대해 답변을 피한 채 “할 말이 없다”라고만 밝혔다. 최 전 상무는 박준영 수석과 전남 영암 출신의 동향 선후배이며 노 전 상무는 89년부터 4년 동안 뉴욕 특파원 생활을 함께 했다.
최 전 상무는 퇴사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다가 사직서를 23일 저녁 여비서에게 맡겼으나 24일 오전 10시 경 한 간부가 여비서로부터 사직서를 가져가 직접 사장실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영 수석은 김대중 대통령의 싱가폴 정상회담 수행을 위해 23일 출국했으며 공보수석실 관계자는 외압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 상무의 사퇴로 당초 임원 증원을 위해 열릴 예정이었던 24일 주주총회에서는 새로운 편집상무에 천양철 지방국장직대를, 업무상무에 김덕성 논설고문을 선임했다. 천양철 편집상무는 전주고-서울대를 나와 74년 합동통신에 입사했으며 김덕성 업무상무는 경기고-고려대를 거쳐 71년 합동통신에 입사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한 편집국 기자는 “박준영 수석이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은 몰랐다”며 “그러나 연합뉴스 인사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굳이 박 수석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모르고서라도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간부는 “소유구조가 개편되지 않는 한 이같은 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홍태 노조위원장은 “정부 개입 사실이 밝혀지면 나름의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집행부 회의를 통해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연합뉴스 인사 개입은 지난 97년 당시 오인환 공보처장이 전무와 상무 인사를 사측에 일방 통보하면서 문제가 된 바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