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24일 출범했다. 안팎에서는 갓 태어난 언론노조를 기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그저 숙명이려니 받아들이는 현실을 곧 깨치고 당당히 노동자로서의 권익을 주장하고 보호받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 그 기대의 하나요, 한국기자협회에 이어 언론을 스스로 개혁하려는 노력의 강력한 구심점이 또 하나 생겼음이 그 둘이다. 특히 두번째야말로 언론노조의 존재에 커다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언론노조도 창립선언문에서 민주언론 실천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최대의 임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선언에 따라 언론노조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참언론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이 운동에 한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언론이 권력과 야합하거나 특정 기업의 나팔수가 될 때는 가차 없이 비판하라. 다만 노사문제 등 우리 사회의 현안을 바라보는 관점은 언론매체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라. 언론매체에 따라 이념적인 성향이 다를 수 있듯이 매체간에 경제문제·사회문제를 해석하는 시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의견의 다양성이라는 차원에서 자연스런 일이다. 어떤 면에서는 바람직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에서 노사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치자. 그런데 한 매체는 노동자의 시각에 가까운 보도를 하고, 다른 한 매체는 사용자의 입장에 더 가까운 보도를 했다고 가정하자.
노사 어느 쪽도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고, 두 매체 중 어느 쪽도 사실을 조작하거나 노사 중 어느 한 쪽과 부당한 거래를 한 일이 없다. 평소 견지해 온 입장에 따라 일관된 보도를 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언론운동 세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언론노조가 전자를 감싸고 후자를 강하게 비난한다면 자칫 언론보도의 다양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집단적인 의미에서 언론은 그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세력, 다양하다 못해 서로 상충하는 입장과 시각을 두루 대변해야 한다.
노동자와 노동운동을 옹호하는 언론만 존재하는 것은 자본가와 자본주의만을 편드는 언론만 남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행이고, 비극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의 획일화는 어떤 경우에도 언론의 적이다. 언론 종사자로서 “모든 주의와 주장, 어떤 사상과 의견도 아무런 제약 없이 ‘공개시장’에 나올 수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말자.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을 통해 잘못된 의견은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희망을 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