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송방식 재검토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위원회가 미국방식과 유럽방식간 비교실험 실시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나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는 22일 디지털 지상파TV 전송방식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 비교실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보통신부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위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전송방식 논란에 대한 방송위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질책이 이어지자 김정기 위원장이 공청회를 열어 공식입장을 정리하겠다고 약속한 것의 후속 조치다.
이날 공청회에는 학계, 산업계, 방송사, 정치권, 시민단체 등 관련 인사 12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쟁점사항인 비교 현장실험에 있어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발제자로 나선 김광호 서울산업대 매체공학과 교수는 “미국방식의 문제점이 미국 내에서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우리 환경에서 직접 필드테스트를 거쳐 확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 다른 발제자인 박재홍 NETNTV 사장은 “방송방식 선정은 정부가 이미 충분히 논의해 결정한 것이며 현장실험은 불필요하다. 이 같은 논란을 계속하면 국론이 분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들의 의견도 크게 엇갈렸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각계의 주장과 설명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길밖에 없다”며 “방송위가 주체적으로 비교실험을 실시해 정통부에 적극 건의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종석 LG전자 DTV연구소장은 “많은 기업과 방송사가 막대한 투자를 해왔는데 이제와서 비교실험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방송위는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워낙 양쪽 의견이 팽팽해 방송위가 어느 쪽도 손을 들어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위 한 관계자는 “전문가 해외실사 등 앞으로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중도적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아예 방송위 주도로 비교실험을 실시한다는 결론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20일 ‘디지털방송방식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열었던 디지털방송방식 재검토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곧 정통부와 방송위에 비교실험을 건의하는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