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이 처음 발족했을 때 편집국 동료들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번번히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이 ‘기획취재’란 이름이 붙은 팀의 운명임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빈약한 소스, 그렇고 그런 진부한 아이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무모한 취재방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팀이 일단은 ‘성공적’으로 데뷔했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기사를 썼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런 기사가 원활히 출고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시스템에 대한 내용은 대외비다). 이를테면 좋은 달걀을 낳았느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좋은 알을 낳을 수 있는 닭을 키우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할까. 어미닭이 건강하면 아무래도 나쁜 알보다는 좋은 알을 더 많이 낳게 마련이다.
첫 작품으로 신도시 지역에 땅투기를 한 유력인사들을 잡아내자는 말이 나왔을 때 솔직한 내 심정은 ‘될까?’였다. 취재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나로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팀에는 이 분야에 관한한 가히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른 ‘투톱(이기수·김용석 선배)’과 ‘용병(경제부 이준호 선배)’이 건재해 있었다.
본격적인 취재는 첫 MT를 다녀온 날부터 시작됐다. 모두들 서울로 올라오면서 바로 할당받은 각 부처 및 국회, 법원 등으로 흩어졌다. 현지에 가서 땅투기를 한 인사들을 찾기보다는 관보·국회공보에 재산신고를 한 고위공직자·정치인 가운데 신도시지역 토지소유자들을 찾는 것이 쉬웠기 때문이다. 여기서 1차적으로 정리된 정보를 손에 쥔 채 두 팀으로 나뉘어 판교와 화성을 뛰어다녔다. 일단은 확보한 인사들의 땅을 확인하고 지역민들을 통해서 명단 밖에 있는 의외의 인사들을 찾았다.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과는 달리 현지 취재 첫날부터 명단 외의 인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구입 당시와는 달리 신도시 개발설로 현재까지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과연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투기라고 볼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위장전입과 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챙긴 경우는 비교적 쉽게 판별할 수 있었지만 소유만 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사실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숙고 끝에 우리는한국사회에서 땅이라는 것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해 ‘소유’를 폭넓게 해석하되 투기성이 짙은 인물들을 충분히 거론하자고 결론지었다.
기사의 파장은 적지 않았다. 관련부처 및 인사들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명하려 들었고 편집국은 갑자기 시장판처럼 시끌벅적해졌다. 그들이 투기를 했는지 아닌지는 사실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어쩜 그렇게 돈이 될만한 곳에는 거의 예외 없이 힘 있고 돈 많은 이들이 몰려드는지 그들의 ‘선견지명’만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능력을 국가를 위해 발휘했다면 지금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마지막으로 어느 고위관료의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초저녁부터 찾아온 그는 기사를 빼지 못하자 급기야는 자신의 해명을 “아내가 한 것이어서 나는 잘 모르겠다”로 고쳐달라고 부탁했다. 이럴 수가! 책임을 아내에게 전가하다니….
그만 잘못을 저지르고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잘못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태도를 보면서 ‘왜 대한민국은 잘못을 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을까’에 대한 평소의 의문은 해소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