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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자실은]-열띤 논쟁.훈훈한 정담 함께 묻어나는 곳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육행정 일선 /경쟁 관계 벗어나 조언 주고 받기도

이형근  2000.1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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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근 SBS 사회1부 기자





정부 중앙청사 17층 가운데 켠, 가을을 넘어 겨울빛이 짙어가는 경복궁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나라 교육의 중심, 교육부 기자실이 자리잡고 있다.

다분히 낭만적일 수도 있는 이곳의 23개사 출입기자들은 올해 유난히 바쁜 한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 봄,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과외파동, 이어서 터진 송자 장관의 자격시비,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쉬운 수능’과 본고사 논란에 이르기까지 교육부 기자들은 숨돌릴 틈도 없이 취재와 보도의 쳇바퀴를 돌려왔다.

흔히 교육은 언론 입장에서 이른바 장사가 되는 아이템이라고 한다.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교육에 무관심한 사람은 없을 만큼 관심이 높은데다 교육이라는 화제가 주어지면 누구나 한 마디씩은 주워 삼키는 것이 또 교육이다.

그것은 각사 사회부, 또는 지식부 데스크들도 예외가 아니며 때문에 취재 일선에 나와있는 교육부 기자들은 취재, 보도 외에 이중 삼중의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다. 기껏 방향을 잡아 기사를 써놓으면 담당 데스크를 비롯해서 입 달린 사람은 다 한마디씩 하기 마련이고 간혹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이라도 생기면 그걸 이해시키는 게 기사쓰기 보다 훨씬 고통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관심도 많고 또 나라의 장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겠지만 결정적으로 정답이 없다는 것이 가장 치명적인 한계다.

그래서 교육부 기자들은 고민이 많다. 90년대 들어 더욱 거세어진 언론의 상업주의 경향은 현장 기자들에게 선정적인 관심거리를 집중적으로 물어올 것을 요구하고 기사 역시 그런 방향으로 써 주기를 원한다. 교육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내 기사가 교육적으로 정말 바람직한가를 헤아리기 전에 장사가 될 만 한가를 먼저 따져야 하는 비교육적이며 비언론적인 상황이 종종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부 기자실에서는 가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다. 때론 언성을 높여 다툼이 되는 상황까지 가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이상과 현실의 갈등에서 초래되는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육부 기자실의 분위기만큼은 어느 기자실 못지 않게 화목하다. 기자실의 구조도 좁은 책상에 칸막이까지 달려 독서실을 연상시키는 과천청사의 썰렁함과는 달리 큰 책상에 전체가 툭 터진 개방적인 분위기다.

현재 출입기자들은 성격적으로도특별히 모난 데 없이 합리적이어서 관료들과의 관계도 비교적 부드러운 편이다. 대부분 시교육청에서 교육관계 취재를 해 온 기자들이어서 복잡한 교육행정이나 입시관련 취재에도 별다른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다년간의 기자실 근무 경력을 가진 남궁양숙, 김은영 두 여걸의 빈틈없는 뒷바라지도 기자실 분위기 조성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취재 경쟁이야 기자들인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때론 경쟁자의 관계를 벗어나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기사에 대해 조언을 주고받기도 한다. 때문에 교육부 기자실은 고뇌하는 선비들의 화목한 사랑방처럼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이다. 자주 나오지 않는 기자를 보고 싶어하고 형, 아우처럼 지낼 수 있는 몇 안되는 기자실 중 하나일거다.

교육부 기자들은 바람이 많다. 제발 이 나라 교육이 제자리를 잡아서 낯 뜨거운 진통을 다시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고 모든 집단이 집단적인 이기주의를 배경으로 들고 일어나도 교육계에 종사하는 교사, 교수들만은 흔들리지 않는 철학을 갖고 든든히 버텨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당장은 이 나라가 시끄러워도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교육부 기자실은 열띤 논쟁과 화기로운 정담 속에 취재열기가 묻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