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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경영진부터 자기혁신을

무급휴직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편집부  2000.12.09 16: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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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광고수익 부진과 불투명한 내년도 경영전망을 이유로 무급휴직제를 도입해 언론 종사자들을 또다시 불안하게 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경기를 이유로 무급 휴직과 보너스 삭감, 인력 재배치 등 각종 구조조정책을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언론사는 비단 한국일보만은 아니다.

유수의 중앙 언론사 경영진들도 최근 비슷한 사유로 축소경영을 외치며 기자들에게 또 한번 자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들 회사들은 작년 말 수백억원씩의 흑자를 달성하자 이제 IMF 경제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며 사업 다각화와 대규모 시설투자를 공언하지 않았던가. 이들의 한 치 앞 못보는 단견적 경영에 우리는 다시금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이 모든 자구책이 회사 종사자 전체의 총의에서가 아니라 경영진의 일방적 결정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그랬듯 언론 사주들은 경영상에 조그만 위기가 닥쳐도 곧바로 일선 기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 그들의 희생만을 강요했다. 자회사 정리라든가 불요불급한 회사자산 정리 등 당연히 거쳐야할 전(前) 단계 과정은 당연히 생략된 것이다.

그 동안의 사례를 볼 때 언론사의 경영부진은 평범한 회사 종사자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언론 사주들의 고유 목적사업 이외 부문에 대한 과잉투자와 주먹구구식 경영에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전기 등 설비에 대한 지나친 투자와 과열된 판매경쟁 등도 큰 원인이었다. 그런데도 언론 사주들은 철저한 자기 반성과 희생 없이 그 책임을 힘없는 기자들에게만 돌려왔다. 조만간 무급휴직제를 도입할 한국일보 역시 그 같은 과거의 악습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부실 언론사들은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서 또 중요한 한가지 절차를 항상 빠트리고 있다. 다름 아닌 사원 모두의 총의를 결집하는 과정이다. 이들은 정확한 회사의 수지상태나 경영 난맥상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한 채 평기자를 비롯한 사원들의 희생이 왜 필요한지만 역설하고 있다. 그 때문에 격무에 시달리는 기자들은 살인적 노동강도에 대해 항변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구조조정과정에서 살아남은 것 자체만으로 경영진의 말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부실경영으로 고심하는 언론사 경영진에 다시 한번 철저한 자기 반성과 시대에 걸맞는경영혁신을 권하지 않을 수 없다. 불요불급한 자산매각과 언론사 고유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는 사업의 과감한 정리 등이 무급휴직, 상여금 삭감 등에 선행돼야 할 조치들이다.

그리고 회사 경영수지에 대한 투명성 제고와 사원 모두의 총의가 마련된 경영혁신 방안 마련 등도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절차다. 이들이 생략된 채 언론 사주들이 일방적으로 기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경우 경영개선은 커녕 오히려 부실을 악화시킬 것이 자명하다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