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예고편은 호기심과 흥미의 대상이다. 전체 스토리가 궁금하도록 맛보기로 보여주는 게 예고편이니까. 요즘 텔레비전을 본 사람들은 B양 비디오의 예고편을 볼 수 있었다. 정작 비디오의 주인은 상영을 원치 않았는데도 말이다.
가수 백지영씨의 사생활 비디오 유출 파문을 다룬 언론 보도를 보고 있자면 한숨만 나온다. 스포츠지의 선정성과 폭로전은 여전했고 이번엔 방송 메인뉴스마저 선정성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방송 3사는 메인뉴스에서 모두 백씨의 비디오 장면을 사용하는 오만을 부렸다. SBS 8시 뉴스는 O양 비디오 화면까지 재탕해 시청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비디오 유출자를 찾아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여론을 전달하면서 버젓이 개인의 사생활 비디오 장면을 안방 구석구석 전달한 것이다.
시청자들의 ‘훔쳐보기’ 호기심을 자극해 시청률을 높이자는 의도라고 밖에는 달리 할말이 없다.
백씨 문제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도 혼란스럽다. ‘도덕성이 무너졌다’ ‘연예인 방종, 이대론 안된다’ ‘퇴출시켜야’ 식의 마녀사냥이 여전하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연예인의 음주운전, 성폭행 사건 등과 한통속으로 몰아넣고 백씨를 두번 세번 짓밟고 있다. 백씨가 피해자이긴 하지만 자숙하는 게 옳다? 무책임한 양시론이다.
“이대로 안되는” 것은 ‘연예인 방종’이 아니라 ‘언론의 방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