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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합니다]-넉넉한 기사 인심..일명 '풀 선배'

이상언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교육학 전공,학자 꿈꾸다 기자 변신

이인열  2000.1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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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열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1998년 8월 서울지검 북부지청에선 조용하게, 하지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사건이 한창 수사 중이었다. 바로 아이스하키 체육특기생 입시 비리수사였다. 한달 이상 국민적 관심을 끌며 한국 학원스포츠사의 최대 오욕으로 남은 이 사건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한국의 명문 사학들이 거액의 돈을 받고 대학 진학을 원하는 일부 몰염치한 학부모와 학생, 고교 교사들과 결탁, 검은 커넥션을 엮어온 전모를 밝혔다.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부모의 돈을 밑천으로 명문대 체육특기생으로 버젓이 진학한 뒤 곧바로 운동부를 그만두는 파렴치한 수법은 이후 야구, 축구 등 다른 종목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파장이 확대되기도 했다.

바로 이 사건을 특종한 기자가 중앙일보 국제부의 이상언 기자다. 당시 수사 착수 한 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아 웬만한 기자들은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관련 고교 교사들이 소환되는 날짜를 기다렸다가 이 사건을 이슈화 시키고 15번이나 관련 기사를 쓰는 근성을 보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담당검사의 수사관들이 그의 첩자였다. 물론 하루도 빼놓지 않고 검사실을 드나든 그의 부지런함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지만. 하지만 오늘은 그의 기자적 자질 얘기보다는 남다른 그만의 인간적 매력을 알리고자 한다. 이상언 기자는 원래 교육학을 전공해 학자를 꿈꾸었다. 고려대에서 교육학으로 석사까지 마친 그는 영국 런던대에서 교육철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곧바로 귀국했다. 지금은 결혼해 연로하신 아버님을 모시고 살고 있다. 취재현장에선 기사욕심이 많아 특종도 많이 했지만 한편으론 주변 선·후배 기자들에게 인심도 좋아 ‘풀 선배’라고 불리기도 했다.

입사동기인 문화부 최재희 기자는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할 줄 알면서도 한켠에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또 “술을 좋아하면서도 취기가 돌면 특유의 교육학적 세계관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도 하는 친구”란 얘기도 곁들였다. 소주 한 잔, 삼겹살 한 점이 정다운 이상언 기자는 만나면 재미나고 따뜻한 동료라고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