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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협주최 전국 신문.방송.통신 기자 세미나 열려/광고시장 악화...다시 불거진 언론 위기론

지나치게 높은 광고수입 의존도/작은 충격에도 내성 잃고 위기 타령

김창룡/김선남  2000.12.09 17: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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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 주최로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2박3일 동안 제주도 서귀포 칼호텔에서 <한국언론 대위기, 진단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2000 전국신문·방송·통신기자 세미나에서는 광고시장이 악화되면서 또다시 불거진 한국언론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전망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중앙언론을 중심으로

광고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자 언론사들이 또다시 긴축경영과 위기를 거론하며 무급휴직, 보너스 감축, 구조조정을 들고 나오고 있다. 그러나 97년 IMF직전의 주요 경제지표와 현재의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언론사들이 외부의 충격에 내성을 잃고 즉각적으로 위기를 부르짖는 것은 주먹구구식 부실경영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999년말 동아 202억원, 조선 398억원 등 상당한 흑자를 기록한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인터넷 매체강화, 윤전기 증설, 새로운 매체 창간 등 확장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반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긴축경영을 논하고 있다. ‘널뛰기식 경영, ‘한치앞도 못보는 단견적 졍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결국 현재 언론사의 위기는 광고시장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언론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지나친 광고수입 의존도가 낳은 결과다. 10월 동아, 조선, 중앙 등 3대 매체의 광고매출액을 각 사별로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조선만 3.3% 상승했을 뿐 중앙, 동아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3대지를 제외한 언론사들의 경우는 상황이 더 안좋다.

그러나 한국언론의 위기를 말할 때 경영의 위기보다 더 큰 것은 편집권 상실에 따른 저널리즘의 위기이다. 특히 한국처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의 위기는 저널리즘의 위기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저널리즘의 위기는 언론계의 관행과 구조적 한계라는 미명하에 문제시조차 되지 않고 있다.

또한 언론인들의 달라지지 않은 윤리적 불감증도 저널리즘의 위기를 상징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론사 수입구조에서 비정상적 광고 의존도를 줄이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저널리즘의 신뢰회복을 위해 자정기구와 윤리강령의 현실화가 절실하다. 경영의 위기에는 민감하고 저널리즘의 위기에는 둔감할 때 언론발전은 한낱 공염불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B(신문발행부수공사)제도의 즉각 실시 ▷언론경영의 투명성 조사 및 공개 ▷공동판매제도와 신문유통구조 개선 ▷언론계의 자정과 윤리강령의 강제적 이행 ▷언론인 재교육 실시 및 기자안식년제 도입 등 기자 전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학부 교수>





지방언론을 중심으로

지방신문들이 존립과 관련하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이같은 지방신문의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방신문의 태생적·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 원인 가운데 1987년 10종이던 지방신문이 2000년 5월 현재 63종으로 증가하는 등 급격한 양적 팽창이 최근의 지방신문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같은 지방신문의 난립은 지방신문의 파행적인 재무구조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협소한 시장 안에서 극한 판매경쟁과 왜곡된 광고구조를 유발하는 한편 지방신문 기자들의 근무의욕 저하를 유발하고 있다.

이를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보면 지방신문의 설립과 관련된 법적 장벽이 너무 낮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소자본에 의해 지방신문을 설립할 수 있기 때문에 무질서하게 난립된 언론환경을 창출하고 왜곡된 소유구조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급변하는 매체환경변화에 따른 신문산업의 쇠퇴, 중앙 중심적인 사회경제적 환경 등도 지방신문의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이다.

이외에도 대다수 지방언론사들이 지방토호세력이 소유한 독점지배체제로 구성돼 있어 기업체의 방패막이, 이권개입의 창구, 정계진출의 발판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또 중앙지의 지방잠식, 지방신문사의 난립으로 더욱 열악한 광고시장과 협소한 판매시장은 지방신문의 경영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강요나 협박에 의한 광고유치와 왜곡된 판매방법 창출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신문이 ▷특정 토호세력의 독점 지배 체제하에 사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유구조를 분산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지방신문 설립시 자격요건 강화 등으로 진입장벽을 현실화해 난립을 막고 ▷신문통계법의 신설 등 경영상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이와 함께 ▷지면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특화된 편집정책을 구사하고 ▷공동판매제 실시 등 지방신문간 공동협력 체제를구축하는 등지방신문 스스로도 운영과 관련된 미시적 차원의 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김선남 원광대 신방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