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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모든 언론사.기자 정면대처를

중재위,손해배상 청구 조정등 사법기구화 음모

임경탁  2000.12.09 17: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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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탁 전북일보 사회부장





언론을 둘러싸고 있는 언론 내외의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면서 사기로 먹고사는 기자들이 풀이 죽어 있는게 작금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언론중재위원회가 지난 23일~25일 2박 3일에 걸쳐 대전 유성호텔에서 중재위원과 주요 언론사 사회부 기자 등 5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해괴한(?) 세미나를 개최해 그 저의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 아니 할 수 없다.

‘언론관련 법률의 쟁점과 개선방안’이란 대주제 아래 1주제에는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의 ‘언론환경의 변화와 언론 관련 법률의 쟁점별 검토’ 발표가 있었다. 또 2주제에는 양삼승 변호사의 ‘언론피해구제법(가칭) 제정을 위한 입법론적 방안’이 이어졌다.

문제는 제2주제였다. 중재위가 의도하는 바로나 사안의 중대성으로 봐 제1주제로, 아니면 단일 주제로 해서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할 사안이었다. 그러나 주최측은 참석자들이 특별히 지적을 하지 않으면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어물쩡 넘어가 나중에 정식 입법 과정에서 자료로 활용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길 만큼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의 진행이었다.

양 변호사가 이 자리에서 발표를 통해 내놓은 소위 언론피해구제법(안) 골자는 다음과 같다. 중재위의 활동 범위를 현재의 정정보도 청구와 반론보도 청구 관련 분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손해배상청구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신청인의 주장이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 중재위가 직권 조정결정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다. 중재위의 사전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조정 전치주의를 채택했고, 중재위원장을 상임으로 하되 현행 문광부 장관 임명에서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지위를 격상시켰다.

한 마디로 이 법안은 언론중재위가 단순한 중재 기능이 아닌, 언론 전담 사법부로 격상하는 엄청난 위상의 강화 규정이다.

그 결과 언론사와 일선 취재 기자에게는 어떤 변화가 초래될 것인가. 자신에 불리한 기사가 나가게 된 취재원은 사사건건 중재위에 정정 또는 반론보도와 함께 손해배상을 신청할 것이다. 때론 변호사도 선임해 덩달아 변호사의 수입도 늘게될 것이다. 신청인은 재수 좋으면 수입이 생기고 밑져도 본전이다.

반면 그렇잖아도 최근 이러한 손해배상 소송 추세에 가뜩이나 위축된 일선 기자들의 손은 더떨릴 수밖에 없다. 거기에 따른 손해는 알권리가 침해된 국민이요, 정의가 제대로 살아 숨쉬지 못하는 우리 사회로 귀착된다.

본의 아닌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한 구제나 보상제도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그런 측면에서 언론중재위의 필요성을 기자들도 적극 공감한다. 그러나 중재 기능을 넘어 단체 이기주의적인 자세로 사법의 기능까지 넘본다는건 좀 무리라고 본다.

더욱 오보, 불법 보도에 따른 피해 구제는 기존의 민·형사법으로도 충분한데 구태어 ‘언론피해 구제법’ 이라는 법까지 제정해 마치 언론이 국민에 피해만 주는 해악의 기관이라는 인상을 주는 법안은 더욱 어불성설이다.

이날 양 변호사는 여러 논리와 이유를 들어 이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그것은 궤변처럼 들렸다. 또 하나 유감스런 점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일을 했던 언론사 대선배들이 중재위에 몸담았다 해서 단 한명도 이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을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 언론사, 전 기자, 특히 기자협회 차원에서 언론을 위축시키는 본 법안에 대해 정면 대처해주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