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어디세요?” 그간 많이 들어본 말이지만 민주당이란 출입처에서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출신 지역에 따른 편가름이 심한 정치판에서 ‘내 편이냐, 네 편이냐’의 선택 받는 질문으로 들린다.
지난해 5월 기자가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로 출입처를 배정받고 여의도 당사에 들어가니 전라도 사투리가 왁자지껄했다. 이곳에서는 표준말이 달랐던 것이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서울 표준말은 간혹 들려왔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었다.
당직자뿐만 아니라 출입기자들도 마찬가지. 호남 출신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 반면 영남 출신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이는 아무래도 지역이 같으면 정서적인 측면에서 통하기 쉽고, 아울러 취재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판단에서인 것 같다.
민주당 기자실은 출입기자가 224명으로 국내 출입처중 최대 규모로 불린다. ‘볼펜’만 해도 중앙지 116명, 지방지 76명이 등록돼 있다. 중앙지의 경우 평균 4.5명이 출입하고 있는데, 그만큼 중요한 정보가 많은, 비중이 큰 출입처란 얘기가 된다.
기자실은 오전 8시 30분을 전후해 깨어난다. 이 시간에 당의 간부회의가 서영훈 대표실이 있는 당사 3층에서 시작되는 것. 조간 기자들은 이 회의의 취재를 필두로 그날의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한다. 서 대표가 주재하는 이 회의의 벽두에서 대략 그날의 정치권 화두가 던져진다. 원내 대책과 한나라당과의 힘 겨루기 전략 윤곽이 김옥두 사무총장, 정균환 원내총무 등이 툭 던지는 한마디 속에서 가늠되는 것이다.
“언론인 여러분 협조바랍니다”라는 당직자의 말과 함께 회의실을 비껴나온 기자들이 박병석 대변인을 만나는 것은 이로부터 대략 한 시간 뒤. 회의 내용을 설명하는 박 대변인은 기자실 한쪽의, 민주당 로고가 크게 들어가 있는 벽면을 뒤로하고 마이크를 잡고 선다.
정치면에 “박병석 대변인은 ∼라고 말했다”고 나오는 것은 대개 이 자리에서 나온 내용이다. 그러나 대변인의 브리핑에는 ‘앙꼬’가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당의 쇄신 방안, 원내 대책 등 민감한 부분은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자들은 다른 내용이 없었는지를 회의 참석자들을 상대로 확인취재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김 사무총장 등 권력의 핵심에 있는 취재원을 찾아가 얘기를 듣거나 특정 사안 관련 청와대의 입장은 어떤지 관련부서 관계자 접촉을 하며 당정간의 기류를 확인한다.
오후 기사를 마감하고 가판을 보면 하루 일과의 절반이 끝난 셈이다. 이제부터는 밤 취재가 시작된다. 낮에 만나지 못했거나, 만났더라도 좀 더 깊숙한 얘기를 듣기 위해 주요 뉴스원을 찾아 집으로 간다.
그러나 구 여권 인사들과는 달리 현재의 민주당 정치인들은 기자들과의 접촉을 꺼려하며, 특히 집을 개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집에 돌아오는 그들을 붙잡고 취재하기 위해서는 문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 탓에 밤 11시, 12시까지 찬바람 속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게 여당 출입기자들이다. 여당이 기자들 사이에서 ‘3D 출입처’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좋은’ 출입처에서 국회의원들과 술마시고 흥청거릴 것이라는 일부의 생각과는 동떨어진게 현실이다.
다른 기자실과는 달리 권력과 언론간의 최고 수준의 접점이라는 면도 민주당의 특징이다. 권력과 언론간의 긴장이란 본질적 속성을 볼 때 권력이 소속 언론사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일선에서 감지해 이를 ‘소화’해 내는게 출입기자의 몫이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어떤 성향의 기사를 쓰느냐에 따라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도, ‘언론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곳도 민주당인지라 출입기자들이 여간 신경을 써야 하는게 아니다.
그러나 출입하다보면 사람인지라 ‘당성(黨性)’이 강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출입기자들의 입에서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민주당이 잘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최근 당정쇄신 관련 기사가 폭주하는 것도 아마도 그런 정서가 아래에 깔려있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