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중에는 감각, 눈치, 순발력을 기본 동력으로 삼는 쪽이 있는가 하면 성실, 집요, 우직함을 바탕으로 한 부류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남달리 순발력이 뛰어나지도, 성실하지도 않지만 균형이 있는 사고와 행동으로 취재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차분하게 기사를 쓰는 덕목을 갖춘 기자들도 있다.
조선일보 송동훈 기자가 이 분류의 세 번째 항목에 꼭 맞는 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가 게으르다는 것도 눈치가 없다는 얘기도 아니다. 단지 친화력이 뛰어나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천부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서울의 한 대학 총장이 출입기자들을 저녁식사에 초청, 10명쯤의 기자들이 모인 일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학교 주요 관계자들이 조선일보 기자에게만 정보를 알려주는데 이를 시정하라”고 이 대학 총장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학교 주요 보직 교수들이 송 기자에게만 뉴스를 집중적으로 공급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의심을 살만한 요소는 많이 있었다. 이 대학이 늘 조선일보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송 기자는 이 대학 출신이었다. 그리고 그 즈음에 다른 신문들이 송 기자가 쓴 기사가 실린 가판 신문을 고스란히 베껴야 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교수들은 “송 기자가 자주 찾아오고 사람이 편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는데 일리가 없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불만을 표출한 기자 중 누구도 송 기자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참 묘한 일이었다.
그는 평소엔 장난기로 가득 차 있다. 회사에서 회의 중에 웃다가 선배들에게 혼난 적도 여러 번 있다고 들었다. 그러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땐 무척 진지하다. 사람을 만나거나 전화를 걸 때 그렇게 공손할 수가 없다.
그는 수습기자 시절 “선배들이 제가 뭐가 기사가 되는 건지도 모르고 있대요. 큰일이에요”라며 나에게 걱정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미 그는 출입처의 다른 기자들을 긴장시키는 존재가 됐다. 취재원들에게 늘 신뢰감을 준 것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얼마전 사회부에서 정치부로 옮겼다. 중앙일보 기자의 입장에서 나는 정치인들이 그의 인간적인 면에 매료돼 특종 거리를 주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