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사 가운데 처음으로 제정·공표된 KBS 편성규약에 대해 노조를 포함한 일선 제작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BS가 12일 공표한 편성규약은 2001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편성책임자·제작책임자·제작실무자의 권한과 의무 등 모두 13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노조와 일선 제작자들은 “제작 자율성을 보장할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가 빠진, 회사 경영진의 일방적 의견만 담은 편성규약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편성규약에 ‘사장은 편성과 방송제작의 최종권한을 보유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방송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하도록 돼 있는 편성규약의 기본정신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또 본부장급 편성책임자와 제작책임자에게 ‘편성권한’ ‘제작권한’ 등 포괄적 권한이 명시돼 있는 반면, 제작실무자들은 ‘제작책임자의 지휘’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편성책임자는 제작책임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편성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해 사측의 자의적 편성 권한을 보장하고 있는 반면 제작실무자는 ‘프로그램이 자신의 양심에 반하여 수정되거나 최소될 경우’ 단지 ‘설명을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노조와 KBS 지회, PD협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편성권한의 유권해석으로 얼마든지 제작자율성이 침해받을 수 있게 됐다”며 “회사가 지금의 편성규약을 고집한다면 장기적으로 KBS 뉴스와 프로그램의 공정성, 창의성은 죽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 한 관계자는 “지난달 말 방송위원회가 편성규약을 조속히 처리하라는 공문을 보내와 서두르게 됐다”며 “원만하지 못한 노사관계 속에서 편성규약이 일정 부분 희생양이 됐다. 앞으로 노사관계가 잘 풀리면 좀 더 진전된 규약으로 개정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