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어 벌어진 KBS 노조(위원장 현상윤) 전임자에 대한 중징계와 현업 제작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편성규약 공표로 KBS는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특히 KBS 노사의 얼어붙은 관계가 장기화되면서 박 사장의 왜곡된 노사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도국 한 기자는 “박 사장이 노동법에 명시된 노사대등의 원칙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며 “‘방송계의 황제’로 일컬어지는 박 사장이 노사관계에서도 노조의 굴종을 요구하며 황제로 군림하려 한다”고 말했다.
노보에 사측과 다른 주장과 의견을 실었다는 이유로 노조 전임자를 해임한 것도 바로 이러한 왜곡된 노사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사장은 재임 2년 8개월 동안 해임 6명, 정직 8명, 감봉 1명 등 모두 15명의 노조 전임자를 중징계했다.
한 조합원은 그와 관련 “박 사장이 폭력을 혐오하기 때문에 노조의 폭력행위를 문제삼아 원칙적으로 대응했다지만 정도를 넘어선 터무니없는 징계권 남용이야말로 더 심각한 폭력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장실 관계자는 “징계는 특별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고 사장은 보고만 받은 것이다. 본부장급 이상 간부들은 공사의 명예를 훼손한 노조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KBS 노사는 지난 6월 5일간의 파업투쟁 끝에 사내개혁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공정방송위원회를 통해 취재 및 제작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편성규약을 제정키로 했다.
하지만 편성위원회 설치 등을 놓고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측은 경영진의 주장만을 반영한 일방적인 편성규약을 공표해 노조, KBS 지회, PD협회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토론자 섭외 간섭, 일본 모리 총리의 독도 망언 인터뷰 삭제, 추적60분 불방 여부 논란, 특집드라마 ‘유리구슬’ 불방 등 박 사장이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노조는 공방위을 통해 진위를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촉구했지만 경영진은 ‘노조가 노보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노조 전임자를 징계하는 것으로 일관해왔다.
실제로 매달 정기적으로 소집되던 공방위가 8월부터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으며 앞서 열린 공방위에서도 회사가합의문작성을 거부해 노사갈등을 빚었고 따라서 노조는 “박 사장의 공정방송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규탄해왔다.
박 사장은 취임 초기 양심적인 해직언론인이라는 점에서 KBS의 진취적인 개혁을 이끌어낼 것이란 안팎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5월 조합원의 72.6%는 ‘박 사장이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방송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64.8%가 달라진 게 없다고 답했으며 회사 인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응답도 65%였다.
또 지난 98년 ‘개혁리포트 불방사건’에 이어 박 사장은 지난 5월 단행한 직제개편에서 부사장 등 주요 간부급 인사에 전주고 후배를 임명해 노조가 단식 및 철야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10월엔 환경직 정리해고와 사내개혁 불이행으로 노조가 파업 및 박 사장 퇴진 운동을 선언했다.
노조는 당시 사내 개혁과제로 ▷제작자율성 보장 위한 편성규약 제정 ▷전문직제 실시 ▷고용안정 보장 ▷인력충원 ▷지역국 강화 등 7가지 사항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한편 언론노조(위원장 최문순)도 최근 노조 전임자 징계와 관련, 박 사장이 징계를 철회하지 않으면 전국적인 퇴진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포했다.
성유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은 15일 언론노조 주최로 열린 ‘박 사장 노조탄압 규탄집회’에서 “박 사장이 KBS로 부임했을 때 어떤 사장보다 KBS의 개혁을 이끌어낼 것으로 믿어 격려의 박수를 보냈지만 노조와 합의한 개혁과제를 난도질하고 노비문서로 전락한 편성규약을 제정하는 등 실망을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