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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십계명

김상철  2000.12.19 10: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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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주요 업무 추진 계획-10대 핵심과제 중심’이라는 제목이 달린 한나라당의 이른바 ‘대권 문건’의 7번째 항목이 언론대책 수립을 위한 방안이었다.

적대적, 우호적 언론인 분류 운운하던 그 대목 말이다.

이를 두고 한 방송사 기자가 이런 말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십계명 중 7번째가 ‘간음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주도했든, 언론이 그 여지를 줬든 권언유착 행태는 기자에겐 간음과 마찬가지다. 후배들에게 이 7번째 내용을 항상 가슴에 담아두라고 얘기했다.”

듣고 보니 ‘참 절묘한 함의구나’ 하는 생각에 무릎을 쳤다. 문건 작성한 사람도 그처럼 깊은 뜻이 있어 언론대책을 7번째 항목에 넣어놨을까.

내친김에 십계명을 다시 찾아봤다. 9번째 대목은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짧은 생각에 진실로 대하고, 진실을 말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MBC ‘PD 수첩’ 방영을 둘러싼 종교집단의 반발이 머리 속에 겹쳐졌다. 굳이 하나님의 이름을 올리지 않더라도 진실을 가늠하기 위한 방법은 ‘속세’에도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반론권 행사, 중재위 제소, 법적 대응 등등. 무력시위로 진실을 행할 게재는 아니다.

언론계 안팎을 시끄럽게 만든 ‘대권 문건’과 종교집단의 반발을 계기로 십계명을 다시 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