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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노조,언론보도 불만 확산

오보 성명.사설 중재 등 잇따라

김 현  2000.12.19 10: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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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기업 및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정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언론 보도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더구나 이들 노조의 불만은 보도 내용의 사실 확인에서 사설의 정당성 여부, 광고 게재 거부 시비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문제 확산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동의서`제출한`적`없다”

○…지난 4일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이용득·금융노조)은 성명을 내고 연합뉴스의 보도 ‘광주·제주·경남은행 금주 구조조정 동의서 제출’ 기사를 오보라고 주장했다.

김종현 연합뉴스 기자는 4일 보도에서 “2차 은행 구조조정 구도에 포함될 광주·제주·경남은행이 노조의 동의가 포함된 수정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했으며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을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는데, 금융노조는 “이같은 동의서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종현 기자는 “정부와 노조가 사실에 대해 명백히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 고위간부가 발언한 내용을 보도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고, 금융노조 홍보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 관료의 발언이 있었더라도 우리 쪽에 확인하려는 노력만 있었다면 이렇게 단정적으로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왜곡`보도했다”중재`신청

○…지난 12일 매일경제 사옥 앞에서는 매일경제 사설에 반발하는 데이콤 노조원 400여 명의 항의 시위가 있었다. 이들 조합원이 문제를 삼은 것은 ‘노조의 인사권 개입은 무리’라는 제목의 8일자 사설.

데이콤 노조는 시위에서 “매경측이 잘 알지도 못한 채 사측과의 단협에서 말도 안 되는 것을 주장하는 것처럼 왜곡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인사문제에 노조가 합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사측이 협의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매경 보도로 독자들은 인사발령과 구조조정 전반에 대해 노조의 개입이 있는 것으로 이해했을 것”(데이콤 노조 한현갑 사무처장)이라는 것이다.

반면 매경의 입장은 기사가 아닌 사설에서 한 주장을 문제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설을 쓴 황인태 논설위원은 “조합원의 신분변동과 인사 제도 개선에 대해 사측이 노조 동의 또는 합의를 얻는 것은 인사권 개입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김진수 편집국장은 “사설은 기사가 아닌 우리의 주장”이라며 “주장이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매경과 데이콤 노조는 시위 전에 접촉을 가졌으나 데이콤 노조가 정정 보도를 요구하고 매경은 반론문 게재만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의견 절충에 실패했다.

데이콤 노조는 지난 13일 매경 사설을 포함해 데이콤 직장폐쇄 사태를 다룬 서울경제, 한국경제 8일자 사설에 대해서도 언론중재위 중재신청을 냈다. 중재위 관계자는 “신문 사설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것이 극히 드문 사례여서 본회의 상정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피해보상`청구하겠다”

○…언론에서 제 목소리를 담지 못했다는 노조의 반발은 노조가 제작한 성명 광고마저 언론사로부터 거부당하자 더욱 거칠어졌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싣기로 약속한 LG그룹노동조합협의회(위원장 김붕락·LG노협)의 광고를 초판 제작 몇 시간 전에 게재 거부한 것이다.

LG그룹 12개 계열사 노조위원장의 공동 성명을 밝힌 이 광고의 내용은 계열사 부당지원·내부거래 사례와 함께 데이콤의 직장폐쇄를 비판하고 데이콤 노조의 투쟁을 계열사 노조가 지지한다는 것. 중앙일보는 14일자 사회면에 이 광고를 싣기로 11일 데이콤 노조와 구두계약했다. 광고가는 조합원 성금 제작을 감안해 10% 깎은 1350만원.

그러나 13일 오후 광고 교정까지 본 상태에서 갑자기 게재를 거부했다. 중앙일보 광고담당자는 “광고 단가가 싸서 다른 대체 광고가 들어왔고 LG화학의 노조위원장이 자신의 이름을 빼던가 광고를 내지 말라는 항의가 있었다”면서 “회사측에서도 얘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중앙이 광고를 거부하자 데이콤 노조는 14일 오전 동아일보와 광고 계약을 했다. 이번에는 노조위원장들의 이름을 삭제한 광고였다. 동아측 광고담당자는 “민족정론지 동아일보가 못 실을 이유가 없다”며 게재를 약속했으나 이 날 오후 동아일보도 “못 싣겠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광고단가가 맞지 않다는 것.

데이콤 노조는 광고 게재를 거부한 이들 신문사들에 대해 “아무리 구두 계약이었다지만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신문윤리위원회 제소와 함께 피해보상에 대한 법률 자문을 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