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기를 누린 TV광고 문구는 ‘공짜’ 시리즈다. 경제 사정이 어려우니 주머니 가벼워진 만큼 알뜰하게 살아야겠다는 대중의 심리를 잘 파악한 광고다.
우리 언론도 대단히 절약한다. 회사 운영을 대부분 광고수입에 의존하다보니 경기가 가라앉아 줄어드는 수입만큼 낭비성 비용은 없나 줄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당연히 물어야 할 비용마저 남에게 얹어 가며 ‘나도 공짜가 좋아’라고 외치는 건 언론기업의 도리가 아니다.
언론의 공짜 근성에 국민이 손가락질을 보내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 됐다. 경남의 8개 시, 군이 새해 예산안에서 ‘계도지’ 항목을 완전히 삭제했다. 군사정권 시절에 생긴 언론과 행정기관의 대표적 특혜 유착고리 관행이 하나 깨진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접대비나 단체장의 판공비 가운데 특히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부분도 시민단체, 납세자들이 도마에 올리기 시작했다. 행정 서비스와 언론 상품의 소비자들이 두 집단의 유착을 통해 서비스와 상품의 질이 떨어지는 걸 더는 참아줄 수 없다는 경고다.
그런데도 언론을 홍보의 수단으로 삼는 집단들은 아직도 소비자들의 경고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가 새해 예산에 언론사 프로그램 제작 지원비로 6억원을 편성하자 지역 시민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예산 삭감과 지원 근거, 배경을 밝히라고 촉구했다(오마이뉴스 12월 12일).
중앙, 지방 가릴 것 없이 기관장의 해외 출장에 기자단을 이끌고 가거나, 기업들의 해외 전시 따위에 취재비용을 대가며 기자들을 모시는 관행도 여전하다. 예외가 있다면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 취재하는 언론사는 소속 기자의 항공료, 숙박, 통신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정도이다.
청와대는 감히 거스를 수 없는 권력 중추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5조 ‘언론인의 품위’조항, 지킬 자신 없으면 아예 없애는 게 어떨까?
<이익=수입-비용> 등식은 경영의 생 기초, 기본이다.
언론 기업이 당연히 들여야 할 비용을 이런 식으로 줄여 이익을 올렸다면, 그만큼 이익이 과대하게 계상된 것이다. 스스로 거품을 일으킨 셈이다.
예수의 제자들은 전도 길에 나서면서 제 먹을 것은 제가 마련해 들고 갔다(自備糧).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깨끗한 윤리의 모범이다.
언론사와 기자가 관행에 빌붙어 물어야 할 비용을 아까워하다 보면 시청자,독자,국민 대중의 손가락질이 언제 호통에서 회초리 쥔 주먹으로 바뀔 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