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출입기자들은 해마다 수험생들과 함께 ‘시험에 든다’. 지난 97년 자체 논의를 통해 결의한 대학입시보도강령 때문이다.
지난 97년 11월 한달여간의 기자단 논의와 데스크의 동의를 이끌어내며 첫 선을 보인 대입보도강령은 취재현장에서는 드물게 기자들이 보도원칙에 대한 중지를 모았다는 점에서 언론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강령내용도 점진적으로 강화됐다. 98년에는 서울대뿐만 아니라 전체 대학의 고교별 합격자 수와 수석 합격자를 보도하지 않기로 했으며, 시험 당일에만 보도를 금지했던 ‘수능 점수대별 지원 가능 대학’ 배치표도 보도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교육부 기자단은 11일 수능 만점자 보도도 하지 않기로 추가 결의했다. 한 기자는 “올해 만점자가 66명이나 쏟아지다 보니 이들의 인적사항을 보도하면 학교별, 지역별 편차가 드러나고 결국 고교 서열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강령 시행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실제 강령을 강화한 98년에는 지원 가능 대학 배치표를 게재한 한 신문사 기자에게 출입정지를 결정하고 수능 수석자를 보도해 물의를 빚은 4개사 기자에게 경고 조치를 내리는 등 ‘무더기’ 징계가 이뤄지기도 했다.
한 기자는 “강령만으로는 성적 위주의 보도 풍토를 개선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학원에서 공개한 성적 분포 등을 싣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것까지 보도를 막으면 쓸 게 별로 없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 새로운 시도나 작은 성과도 있었다.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15일 육·해·공군 사관학교 신입생 합격자 발표와 관련 해군 사관학교 신입생 가운데 만점자를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 기자단의 보도강령을 준용한 결정이었다.
또 지난 11월 1일 수능요강 발표를 앞두고 교육부 기자단에서는 대학 학과별 모집 정원을 싣지 말자는 논의가 있었다.
한 기자에 따르면 “보도강령과는 별도로 입시 자체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정보제공 차원에서라도 실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돼 이 시도는 불발에 그쳤다.
올해 교육부 기자단은 특별한 강령 파기 사례 없이 보도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간사는 맡고 있는 이형근 SBS 사회부 기자는 “사실 초기엔 좀 유연하게 대처하자는 생각이었다. 무리하게 규정을만들었다가 지키지 못하고, 징계가 따르고 하면 기자실 분위기만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면서 “다행히도 원칙론이 폭넓게 공감을 얻어 순탄하게 진행됐다”고 평했다.
대입보도강령은 내년 수능이 등급제로 발표되는 등 제도 변화로 인해 수정이 불가피한 처지에 놓였다. 기자들이 보도강령을 어떻게 다듬어 나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