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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되새기며 고마움 전하죠"

중앙.한국일보 이색망년회 '눈길'

김 현  2000.12.19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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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동안 묵었던 나쁜 기억을 잊자며 사람들이 모인다. 한 해의 마지막 통과의례, 망년회 철이다. 기억을 잊거나, 혹은 잃는데에, 술만큼 적당한 게 또 있을까. 하지만 한국일보 사진부 망년회는 술로 잊는 자리가 아니라 지난 기억을 되꺼내보자는 의미가 남다르다.

12일 한국일보 앞 식당에는 한국일보의 전·현직 사진기자들 30여명이 모였다. 퇴임 선배들과 함께하는 망년회는 사진부의 오랜 전통. 식탁에는 출장때 챙겨두었던 백두산 들쭉술, 제주도 허벅주 등이 올랐다. 얘깃거리로는 왕년의 선배들 취재담이 구수하게 자리를 달궜다. 한 기자는 “선배들 얘기를 들으며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닌 사진기자의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가장 잊고 싶은 기억 중 하나라면 하반기 광고난. 어려워진 신문사 재정에서 화려한 망년회는 주위의 눈총 사격을 받기 일쑤다. 조선일보 사회부는 강남에 망년회 자리를 예약하면서 기자들에게 “저녁식사를 다 해결하고 오라”는 이색 주문을 내렸다. 경기를 감안해 간소하게 하자는 것.

반면 중앙일보 문화부 망년회는 문화계에 소문난 잔치다. 한 해 동안 보도자료를 만들어 준 홍보실 관계자, 신간을 보내준 출판사 직원과 배달해준 사람, 연예인 매니저부터 교수, 문인, 문화부 관계자까지 모두 ‘초대 손님’이다. 대학로 한 술집을 빌려 열린 지난 15일 망년회에는 300여명이 모였다. 행사에 든 비용은 400여만원. 문화부비에 차장 이상 간부들이 얼마씩을 모았다. 손님들은 양주 한 병씩을 들고 온다. 그냥 오는 사람들도 있다. 무대 앞에서는 크라잉넛이 목청을 높이고 한 쪽에는 머리 희끗한 역대 문화부장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밤 12시 경 자리가 끝나가자 한 기자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크리스마스 캐롤 CD를 돌렸다. 이 날 망년회의 서빙은 기자들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