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새해, 언론 종사자들은 어떤 소망을 품고 있을까. 이들의 바람은 대부분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에 대한 소회로 시작했다.
2001년은 300명에 가까운 해직언론인들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해이기도 했다.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정남기 연합뉴스 동북아문화센터 소장의 말은 ‘언론자유’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언론탄압 공방이 휩쓸면서 오히려 가치관의 혼란만 가중된 면이 있다. 언론의 자유가 지속적으로 신장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해직언론인들은 체험적으로 안다. 기사 때문에 고문당하거나 해직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라는 반문이다.
정 소장의 희망은 후배들에게로 향했다. “좀더 자유로운 언론풍토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투쟁에 나섰던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언론자유도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해직언론인들의 명예회복 조치도 중요하지만 후배들에게 이같은 선배들의 노력이 인정받고 기억되길 바란다.”
지난해 언론탄압 공방을 김택근 경향신문 문화부장은 ‘비열한 싸움’으로 기억한다. 김 부장은 “사회에 진정한 희망과 사랑이 넘치기 위해서는 언론 스스로 희망과 사랑을 낳을 수 있는 자기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언론의 비열한 싸움, 야만적인 신문전쟁이 종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 개인이 자기가 속한 단체의 논리로 무장할 게 아니라 더 넓게, 공동선에 입각해서 사고체계와 행동반경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것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모든 병리를 치유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되리라 믿는다.”
이같은 믿음은 언론이 ‘바른 길’을 걷길 바라는 희망과 다르지 않다. 우희창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은 “지역이든 서울이든 언론이 정도를 걸었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새해 소망을 대신했다. 우 사무국장은 지방언론을 예로 들며 “계도지 문제만 보더라도 스스로 계도지를 반납하고 경쟁력을 키우려 한다면 활로가 있을 것이다. 여전히 이전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언론들은 당장의 생존에 급급하다보니 판매, 광고 그 자체에만 집착해 정작 지면에는 고민을 쏟지 못하고 있다. 독자와 승부하고 독자들에게 좀더 다가서려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정도이며, 그래야 지면도 개선되고 경영도 개선될 것이다.”
정도를 향한 “아프고 시린 한해”를 보낸 기자도 있다. 사측의 폐업 조치에 맞서 새 언론을세우기 위해 싸우고 있는 광주매일 박영란 기자. 박 기자는 “기자가 노동자라는 사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시장논리가 춤추는 한, 노동자는 언제든지 ‘쓰레기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폐업을 당하고 나서야 절감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박 기자의 새해 희망은 새로운 결의나 다짐과 같은 것이었다.
“피눈물을 흘리며 정든 일터를 떠났지만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제 몫’을 다하는 참언론을 소망하는 지역민들의 열망을 모아 독립언론을 세우고자 한다.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고 사회적 약자와 시민의 친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린다.”
처지는 달라도 보다 나은 언론을 바라는 생각이야 다를 리 없다. 임장원 KBS 경제부 기자는 “새해에는 신문 지면과 방송 뉴스에서 경쟁이나 갈등, 생산성, 효율이라는 가치가 우선하기 보다 공생과 화합, 생명의 가치, 더불어 사는 모습, 보다 훈훈한 이야기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 기자는 “개인적으로는 쉽게 흥분하고 쉽게 가라앉기 보다 세상을 좀더 긴 호흡과 안목으로 관찰하면서 차분하게 보도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새해에 ‘정식 기자’가 되는 이의 바람을 빼놓을 순 없다. 지난해 9월 입사한 배호준 일간스포츠 ‘수습기자’. 한달간 전 부서를 거치고 현재 야구부에서 근무 중이다.
배 기자는 “그동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지만 앞으로 좀더 세련되게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열심히 노력해서 단순히 수습딱지를 떼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분야에 전문성과 애정을 가진, 말 그대로 정식 기자가 되고 싶다.” 새로 시작하는 모든 ‘정식 기자’들에게 새해에는 언론의 ‘자기 정화’와 ‘정도’를 바라는 이들의 고민과 희망이 함께 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