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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 우리가 개척해야

신년사  2001.01.03 1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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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질서의 재편과 새로운 가치체계의 도래가 예고되는 문명사적 대변혁의 시기를 살고 있음에도 그 변화로의 과도기가 참으로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추운 겨울입니다. ‘개혁’이란 당위의 이름 아래 정부와 기업은 나름의 활로를 사회일반에 강요하고 있는 반면, 그 ‘개혁’의 그늘 아래 직장을 지켜내기 위해 생존투쟁을 감내해야 하는 이웃들도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 힘든 척도의 혼란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이같은 혼란을, 21세기 첫 미국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천공판독이라는 근대적 시스템과 기술의 미숙으로 수습불능의 공황상태를 겪고, 과거의 문법으로는 독해키 힘든 연도인식오류(Y2K)라는 문제로 많은 나라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바 있듯이, 문명사적 이행기의 어쩔 수 없는 교습료라 치부한 채 자족할 수는 없습니다. 혹은 이를 한국적 특수성의 귀결로 보고, 되는 대로 근시안적 처방전을 남발하며 ‘견디다보면 좋은 날도 오겠지’ 라는 식으로 수수방관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법정관리 재심상태에 있는 영남일보의 동료들을 비롯한 상당수 지방 및 약체언론의 기자동료들이 생존을 위해 길거리로 나선 금융노동자들을 남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이같은 시장의 위기에 더해 언론개혁의 책무마저 기자사회에 부과하고 있어 우리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자포럼에서 언론의 자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의 발언에 지정토론자로 위촉된 한 지방신문의 기자가 “당신들이 지방언론의 현실을 아느냐”면서 경영난으로 생계의 위협속에 취재활동을 해야 하는 지방회원들의 고충을 토로하며 울분을 터뜨린 적이 있습니다. “기자협회도 전국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지방회원들의 눈높이에서 언론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그의 말이 비수로 가슴에 꽂히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 기자가 얼마전 광고압력과 관련된 불미스런 사건으로 검찰에 구속된바 있습니다. 그의 불법행위를 변명할 의사는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익히 감지하고 있던 언론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이제 표면으로 불거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제 관념론적 대응과 방관자적 자세로는 막아낼 수 없는 위기의 실체가, 준비가 부족한 우리들 앞에 급속히 가시화되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기협은 총체적인 언론위기의본질이 ‘광고위주의 수익구조 및 불공정 판매 관행 - 이로 인한 정·경·언 유착 및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 - 독과점 현상 및 지방·약체언론의 경영난 강화’라는 언론시장의 왜곡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무조사와 부수공개를 의무화하는 언론경영의 투명성 제고 ▷불공정 판매행위 근절 ▷부적합한 자본의 언론진출을 막기 위한 진입장벽 강화 등 현실적인 시장정상화 대책을 언론개혁의 우선과제로 삼고, 이를 풀어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국회의장 직속의 ‘언론발전위원회’ 구성을 추진중입니다. 이제 힘을 모아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확보해내야할 때입니다. 서구의 언론운동사는 우리의 앞날이 결코 비관적이지 않음을 입증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