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집회를 취재하던 사진기자가 언론 보도에 불만을 품은 노조로부터 현장 취재를 거부당한 뒤 촬영한 필름을 빼앗겼다.
최정동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는 지난 12월 20일 오후 1시경 명동성당에서 집회 중이던 한국통신 노조원들을 찍으려 했으나 노조가 이를 제지하자 건너편 건물에서 사진을 찍다가 다시 이들에게 촬영한 필름을 빼앗겼다.
최 기자는 “건너편 5층 건물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데 각목을 들고 검은 복면을 쓴 15명 가량의 노조원들이 와서 위협적인 분위기로 신분증을 확인한 뒤 촬영한 필름 2통과 촬영하지 않은 필름 3통을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김동균 한통 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이에 대해 “취재를 거부당한 뒤 최 기자가 맞은편 건물로 올라가자 1~2명의 노조원이 따라간 것 같다”며 “경찰 등의 기관에서 촬영을 많이 해 오해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한국통신을 계속 비판해 온 중앙일보에 대해 노조원들의 반발이 거센 것이 사실”이라며 “최 기자가 노조원들을 만나면 자칫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취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한통 노조는 중앙일보 기자의 항의를 받고 찍지 않은 필름 3통을 돌려줬으나 이미 촬영한 필름은 돌려주지 않았다.
한 노조원은 취재 거부, 필름 압수 등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도 “언론이 집회 인원을 축소 보도하자 19일 기자회견을 비롯해 집회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제대로 보도도 않는 걸 취재하면 뭐하냐’라는 노조원들의 불만이 있었다”면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장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한국통신 노조는 이번 명동성당 집회 인원을 첫날 7000명에서부터 마지막 날 1만3000명으로 자체 집계했으나 언론 보도는 이와 엇갈렸다. 또 중앙일보는 지난 10월 ‘부실 늪에 빠진 공룡’이라는 제목으로 한국통신 비판기사 시리즈를 내보내 한국통신 측으로부터 반발을 산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