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회 이달의 기자상 후보로 추천된 기사는 총 25건이었다. 지역기획보도 부문에 응모한 6개 작품 가운데 2개 작품을 제외한 23개 작품이 예비심사에서 평균 8.0 이상을 받아 2차 심사대상에 올랐다.
이번 심사에서 지역기획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뽑힌 ‘특집-판소리 답사’(전성옥 연합뉴스 호남취재본부 차장)와 애석하게 탈락한 ‘과학의 눈으로 본 우리 산·땅의 자취’(손동운 국제신문 생활과학부 차장)는 다같이 장기 기획물인데다 밀도 높은 취재, 내용의 전문성 등이 돋보여 심사위원들의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과학의 눈으로 본 우리 산·땅의 자취’는 부산의 금정산을 비롯, 구덕산 남해금산 지리산 가야산 팔공산 무등산 내장산 속리산 월악산 북한산 설악산 한라산 등의 형성 과정을 심층 취재·분석한 것으로 지리학·지질학 교수 6명으로 현장답사단까지 구성, 6개월간 취재와 확인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특히 시리즈 내용중 “불국사와 석굴암의 석조물에 사용된 석재(石材)의 공급처가 경주 남산의 화강암이었다”는 부분은 대한지질학회 논문집에까지 게재됐다.
이 기사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전문취재 보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아울러 ‘너무 전문적이고 시의성이 약간 결여돼 저널리즘의 영역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따라서 이 작품을 전문보도 부문으로 바꿔 심사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끝내 탈락했다.
‘판소리 답사’는 “어떻게 혼자서 이렇게 훌륭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가”하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무려 1년 2개월 동안 총 60회에 걸쳐 연재된 이 기사는 전국의 판소리 전승지역을 답사, 지역별 판소리의 특징과 주요 명창의 신상과 내력, 판소리와 관련된 그 지방 특유의 풍물 등을 담고 있다.
이 기사를 쓴 전성옥 연합뉴스 차장은 판소리의 고장 정읍 출신으로 본인도 현재 북장단을 전수받고 있다고 한다. 매체의 특성상 이 기사가 ‘연합 포토저널’과 연합뉴스 인터넷 홈페이지에만 실린 점이 아쉽다.
취재보도 부문의 수상작 ‘열린상호신용금고 대주주 불법대출 사건’은 취재기자가 시중에 떠돌던 소문 등을 보름동안 추적,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은 뒤 마지막으로 당사자인 진승현씨와 접촉해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작은 단초라도 그냥 넘기지 않고 확인해서 기사화하겠다는 집념이 결국 큰 특종을 낚게 해 준 것이라 생각된다. 이 기사는 ‘진승현게이트’로 비화, 의혹이 점점 커졌지만 검찰수사에서도 실체는 잡히지 않고 있다.
아무튼 ‘조간 가판 특종’의 파장은 엄청나게 확산됐으며 허술했던 서민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체계를 재정비하는 계기를 일단 만들었다.
‘서울대 2000년도 신입생 특성조사 분석’도 매년 발표되는 조사결과이지만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 작품으로 높이 평가됐으나 ’열린금고’의 위력이 워낙 강해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기획보도에선 ‘공적자금 110조원 제대로 썼나’가 ‘정부 대풍 발표 허구’의 도전을 받았지만 공적자금 집행의 문제점을 다각적인 취재를 통해 밀도있게 제시, 기사의 신뢰도를 높인 점이 평가돼 ‘공적자금’에 상이 돌아갔다. 그러나 전국의 대표적인 쌀 주산지 11곳을 직접 찾아가 정부가 미리 잡은 예상 수확량과 농민들의 실수확량을 비교·조사해 수확량 조사방법에 문제가 많은 것을 밝혀낸 ‘대풍 발표 허구’도 참으로 좋은 착안이었다.
전문보도에서 ‘아니꼬와도 소신껏 대처하시길…’은 망원렌즈로 정치인들이 주고받은 은밀한 메모를 순간 포착한 취재노력에 높은 점수가 주어졌으나 ‘성난 농심’의 역동성이 더 호응을 받았다. ‘망원렌즈로 메모잡기’가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대해 혹시 정치꾼들의 ‘작전’에 카메라가 말려들기라도 한다면 곤란하다는 기우(杞憂)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