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많은 신문들이 경기회복에 힘입어 광고수주에 쏠쏠한 재미를 봤다. 몇몇 신문들은 일일 광고매출 신기록 행진을 거듭할 정도였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경기가 급격히 위축됐고 광고 역시 급전직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하반기 신문광고는 사별로 전년대비 20~40% 안팎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아울러 당분간 경기악화는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덧씌워졌다.
‘신문, 위기인가’ 라는 질문이 여기서 고개를 들었다. 내년 언론계 화두는 생존이라는 말도 나왔다. ‘위기론’의 발단은 물론, 광고급락에 따른 경영악화다. 하지만 시각의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지금의 경제상황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 짧으면 내년 1/4분기, 길어도 상반기가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본다”며 “거기에 맞춰 자구안을 짜놓고 있다”고 말했다. 감부, 감면, 무급휴직 등 단계적으로 긴축안을 적용해 일정 기간만 버티면 충분히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도 “상반기 중으로 구조조정이 끝나면 반도체 경기 회복, 증시 활성화 등 하반기 들어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일단 긴축체제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내년 광고 예산을 15~30% 축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는 아니지만 ‘긴장’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신문사 관계자들은 현재의 경영수치로 보면 IMF 직후 보다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상반기의 호황세가 급격히 꺾이면서 경영악화의 체감도가 배가되고, IMF 당시 실감했던 위기감이 겹쳐지면서 그 우려가 증폭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위기론에 무게를 두는 쪽에서는 경기악화와 그에 따른 광고난이 지속적이고 장기화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또 위성방송, 디지털방송, 민영미디어렙 등이 출범하면 상대적으로 신문 쪽에 안배되던 광고가 상당 부분 방송으로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 덧붙여진다.
한 신문사 기자는 “우리 신문의 경우에도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60% 수준으로 광고가 떨어졌다”면서 “신문이 퇴출 도마에 오르는 전례 없는 일도 벌어졌듯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신문시장이 가시적인 정리단계까지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신문사 관계자 역시 “경기회복의 전제 조건 중 하나인구조조정이원만하게 끝날 지 의문이다. 현재와 같은 경기난이 지속된다면 퇴출 당하는 신문사가 없을 거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영남일보의 법정관리 신청, 대구일보 휴간 등에서 보듯 지방신문의 어려움은 더 심각하다.
영남일보와 대구일보는 임금체불 혐의로 경영진을 고소한 바 있으며 몇몇 지방신문의 경우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제작거부나 일일파업을 단행한 사례도 발생했다.
한 지방신문 기자는 “상여금은 없었지만, IMF 직후에도 제때 나오던 급여가 지금은 미뤄지고 있다. 오히려 그때 드러나지 않았던 체감경기가 지금 드러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경영진들은 이같은 상황을 ‘월급 나오는 것도 고마운 줄 알라’는 식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경영난이 오히려 경영진의 전횡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위기론을 둘러싼 우려만큼이나 신문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깊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의 경우 하반기 광고하락 속에서도 이미 올 광고매출 3000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라는 전언이다. ‘문제는 위기가 아니라 양극화 현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사실 신문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정도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몇몇 규모가 큰 신문에게는 오히려 확고한 ‘세 굳히기’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불황이 양극화를 부채질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양상은 계속되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물론 ‘불안한 기운’으로 새해를 맞는 지금 언론계 일각에서는 경기에 따라 널을 뛰는 신문사 경영진들의 단견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경영난을 빌미로 한 편집권 침해, 저널리즘의 위기가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대부분 구조적인 측면의 비판 보다 발등에 떨어진 대책 마련이 절실하게 와닿기 마련이다.
“신문을 잘 만들고 영향력을 높여 광고수주를 늘린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원론이다. 단기적으로 유일한 생존방법은 광고매출을 늘리는 길 뿐”이라는 한 기자의 진단이 그같은 상황인식의 일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은 남는다. 한 신문사 간부는 “지금의 모든 신문이 시장에서 살아 남거나 몇몇 신문이 망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신문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단지 긴축경영의 숨통을 트인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말그대로생존의 의의 외엔 달리 주어질 게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간부의 말처럼 굳이 지금의 신문들이 내년에도 모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전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신문들이 생존의 이유를 증명해야 할 책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위기론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그렇다면 신문은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신문사들의 경영 타개책만큼이나 절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김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