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언론발전위 설치 '급물살'

김대통령 "공정하고 투명한 대책 마련" 언급

김상철  2001.01.15 00:00:00

기사프린트

연초 언론계에 언론개혁이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11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지금까지 언론계 안팎의 요구 수준에 머물던 언론개혁이 실질적인 논의과제로 제기됐다. 특히 김 대통령의 ‘투명하고 공정한 대책 마련’ 발언은 6개월째 국회 운영위에 계류 중인 언론발전위원회(언발위) 결의안과 상당 부분 궤를 같이 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국회가 모두 합심해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개혁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자율개혁 원칙이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논의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히 발언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뭔가 생각이 정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공식석상에서 그같은 발언이 나왔다고 본다. 후속 조치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은 ‘본인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12월 26일 언론사 사장단 만찬에서도 경제문제와 함께 개혁의 완수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발언 이후 언론개혁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언론사 정치부 기자는 “자율개혁 원칙을 강조한 것은 정부에서 직접 개입하는 형식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면서 “언론계 안팎의 중지가 모아지면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인 언발위 설치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미 지난해 12월 이만섭 국회의장은 “언론개혁과 관련 외국 사례를 참고하고 우리 실정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언발위가 출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이같은 전망에 대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12~13일자 각 신문들은 김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을 놓고 뚜렷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사설에서 “대통령의 언론관이 자의적”이라고 비판하며 언론 길들이기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소유지분 제한 등 규제 움직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와 달리 한겨레는 대통령 발언을진일보한 태도로 평가하며 ‘신문사 세무조사와 공정거래법의 엄격한 적용 등 현행 법, 제도에 규정돼 있는 사항들은 실천에 옮겨 개혁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매일도 ‘국회 에서 언론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른 한편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의 근거나 ‘편협한 주장’이라는 지적에 대한 반박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연·상임대표 김중배)와 기자협회가 공동 조사한 설문에서 기자들의 93.5%가 소유구조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정기간행물법 개정에 찬성했으며 언발위 설치에 대해 58.3%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지난해 기자협회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기자들은 언론의 자유(25.2%) 보다 개혁(59.7%)이 더 절실한 과제라고 봤으며 편집권 독립장치 마련(38.1%), 대주주 소유지분 제한(30.0%), 시장질서 정상화(16.5%) 등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언발위 구성안 역시 언론현업인을 비롯한 학계, 시민단체, 국회 등의 참여를 전제하고 있으며 논의과제도 언론 관련 정책·법제 분석, 신문산업 발전방향, 편집권 독립 및 전문성 제고 방안 등 광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주언 언개연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언발위 구성 취지는 언론의 제반 문제를 공론화해 국민적 합의를 모색해보자는 것”이라며 “정부가 직접 언론에 개입하는 것도 반대하지만, 언론이 언론문제를 사회적으로 의제화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 역시 잘못된 처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