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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언론개혁, 이제는 실천을!

주장  2001.01.15 10: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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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11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그는 “언론계·학계·시민단체·국회가 합심해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개혁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은 즉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 신문은 “언론의 자유와 책임 있는 보도를 강조하면서 그런 식의 압력을 의도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한 신문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언론 개혁이라는 것이 좌파적인 소유구조 개편을 주장하는 지극히 편협한 소수의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확실히 밝히라”고 다그쳤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DJ 정권이 우회적으로 언론을 속박하겠다는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김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정부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언론계와 언론계 바깥의 세력이 동시에 주체가 되는 언론 개혁, 이른바 ‘공중’이 참여하는 언론개혁이 의도를 떠나 언론을 위축시킬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위험성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언론은 어느 세력으로부터도, 심지어 수용자와 시장으로부터도 자유롭고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우리는 실망스러운 이번 회견에서 언론 개혁에 대한 입장 표명이야말로 진일보한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김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정간법) 개정안의 입법과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중인 언론발전위원회(언발위)의 설치로 이어지기를 촉구한다. 언론계는 물론 학계·법조계·시민단체 등에서 참여할 국회의장 산하의 언발위야말로 김대통령의 의중과 일치하는 언론개혁의 구심점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민변이 함께 입법 청원한 정간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특정 사주나 그 족벌의 소유지분이 30%를 초과할 수 없다. 족벌의 신문 지배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이다. 공동 여당은 이제 김대통령이 언론 개혁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정간법 개정과 언발위 설치에 나서야 한다. 이런 방식의 언론 개혁이 타당하고 또 필요한 것은 불공정·편파 보도, 신문 판매·광고시장의 왜곡이 여전하고 신문사주들의 전횡이 극심한 데도 언론 개혁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사주가 사내에서 재벌 총수 못지않은 ‘황제적’ 권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신문들이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유증을 앓는 것은 대통령 만들기에 집착하는 사주들의 권력욕 때문이다.

언론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힌 이상 김대통령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어물거리거나 질질 끌다가는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들을 압박하기 위해 언론 개혁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이제 누구도, 어느 세력도 개혁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와 시장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