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을 휩쓸고 지나가는 언론계 안팎의 각종 특종상·기자상과는 별도로 매주 또는 매달 기자협회 지회나 편집국에서 동료의 좋은 기사와 리포트를 시상하고 격려하는 자리는 조촐하지만 빛이 난다.
품을 얼마나 들였는지, 심층적으로 접근했는지, 어려운 취재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돌파해나갔는지 등등 기사 이면까지 읽어낼 줄 아는 ‘선수’들끼리 공감대를 이루면서 주는 상이라 더 의미가 각별한 것.
KBS지회(지회장 배종호)와 BBS지회(지회장 강동훈)는 각각 ‘이달의 좋은 리포트’와 ‘올해의 기자상’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동료기자의 리포트에 대한 관심을 높여 동료애를 키우고 내부 비판도 활성화하자는 취지. 특히 BBS지회는 지역을 포함한 보도국 기자 전원이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KBS 지회는 또 민주적 부서 운영으로 존경과 신망을 받는 데크스를 선정해 ‘귀감상’을 수여하고 있다. 선후배간 벽을 허물고 바람직한 데스크 상을 정립하자는 취지에서 시작, 지난해 4명의 ‘귀감’을 선정했다.
한 방송사 기자는 “회사가 주는 상은 ‘특종’과 ‘사건’ 위주지만 지회 동료들이 주는 상은 부지런한 태도, 기자 근성 등 1년간 활동해온 전체적인 부분까지 고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방송사 기자도 “회사에서 주는 상은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몇십만원의 상금도 있지만 대부분 부서별 나눠먹기식으로 돌아가기 일쑤”라며 “이와 달리 동료가 주는 상은 내가 기자로서 제대로 인정받고 있다는 뿌듯함을 안겨주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동아·조선·중앙 등신문들도 사규에 따른 시상과는 별도로 편집국 자체적으로 시상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편집국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기자들의 사기진작 및 창의성·기획력을 제고하기 위해 ‘이주일의 기자상’을 도입했다.
동아일보 편집국도 지난해 12월부터 ‘위클리 베스트상’을 신설해 ▷현장감과 문제의식이 농축됐는가 ▷실험정신이 살아있는가 ▷팀간 공조가 잘 이뤄졌는가 등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뽑고 있다. 수상자에게는 별도의 부상없이 금요일 하루 휴가를 주는 점이 색다르다.
중앙일보도 매주 뛰어난 기사를 선정해 ‘이주일의 기자상’을 선정하고 있으며 조선일보는 해마다 편집국 종무식에서 올해의 MVP상, 최다 특종상,최다 기자수첩상, 노력상 등을 시상하고 있다.
이밖에도 SBS 보도본부는 SBS 뉴스넷의 한 코너인 ‘취재파일’에 양질의 기사를 올린 기자 3명을 선정해 매달 ‘베스트 인터넷 기자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연합뉴스 노조도 자체 심사를 통해 90점 이상을 받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달의 기자상’을 시상하고 상금으로 조합비 30만원을 주고 있다.
편집국이나 보도본부 차원에서 실시되는 이런 기자상 제도는 무엇보다 기자들의 사기진작을 도모하려는 취지라는 게 중론이다.
한 신문사 기자는 “편집국에서 매주 시상하는 기자상은 가장 뛰어난 기사를 쓴 기자에게 돌아가지만 일차적으로 사기진작을 위한 것”이라며 “‘고생했다’는 격려 차원에서 부서별로 안배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다른 한 신문사 기자는 “기사의 완성도와 취재과정의 노력 여부에 무게중심을 둔 기자상 문화는 기자들의 창의성과 기획력을 제고할 것”이라며 “결과 위주의 특종상만 중시하는 풍토에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