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겨레 대표이사 선거에서 최학래 현 사장이 연임됐다.
주주사원 509명 중 493명이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최학래 후보는 1차 투표에서 293표(65%)를 얻어 159표(35%)를 얻은 고희범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최학래 사장은 이 날 저녁 7시 30분 개표 직후 편집국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면서 “최고의 승리자는 한겨레 동지 모든 분들”이라며 “반성하고 배우는 자세로 2년 동안 임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희범 후보는 “한겨레 정체성 회복과 근본세우기를 내걸었는데 당선이 되지 못해 섭섭하다”며 “최학래 사장이 잘하실 걸로 믿으며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도와주신 한겨레 구성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67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75년 자유언론실천운동으로 해직된 뒤 89년 한겨레에 입사, 편집위원장과 부사장을 거쳐 98년 첫 직선제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번 당선으로 제12대 한겨레 대표이사 후보자격을 얻게된 최 사장은 3월 24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25일부터 새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최 사장은 이번 선거에서 ▷제2창간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구조조정을 위한 집행력있는 기구를 신설해 6개월 내에 조직개편을 끝낼 것 ▷한겨레 평양지국 개설 ▷전문기자제 도입 ▷편집국 부서 재정비 ▷상벌 규정 강화 ▷편집위원회 운영의 획기적 개선 등을 내걸었다.
한편 이번 선거는 98년 첫 직선제 선거와 달리 후보들의 정책 대결을 중심으로 차분한 가운데 치러져 사장 직선제에 대해 성숙된 내부 분위기를 반영했다.
고영재 편집국장은 “지난 선거 때는 기자가 선거 과열에 휩쓸려서 일을 소홀히 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고영재 국장은 “다른 신문사에서 사장 직선제에 대해 자문을 구해오는 경우도 있는데 ‘직선제가 민주주의의 완성은 아니다’라고 충고한다”며 “민주주의는 과정을 중시해야 하는데 그렇게 본다면 이번 선거는 성공한 선거”라고 말했다.
3년 전 한겨레 첫 직선제는 각 후보 진영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유세까지 펼치면서 노조가 공정선거감시단을 꾸릴만큼 과열되기도 했다.
최학래 사장은 17일 토론회에서 “좋은 선거였다”면서 “한겨레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 선거에서는 마음의 상처도 있었지만 이번 선거는 성숙하게 치러졌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최 사장은 “(당선되지 않았을 경우)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용의가 있느냐”는 좌중의 질문에 “깨끗이 떠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고희범 후보는 “내가 당선되면 최 후보를 회장으로 깎듯이 모시겠다”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