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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 쟁점 진단 -소유제한 가능한가

논란 끊이지 않는 주요과제

김상철  2001.01.20 12: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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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벌써부터 자율과 사회적 강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으며 다른 한편 어떤 식으로든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언론개혁을 쟁점별로 분석하고 입장차이를 전하면서 언론계 안팎의 공론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언론개혁 쟁점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언론개혁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을 둘러싼 논란이 신문지면 등을 통해 공론화하고 있다.

이미 하나의 ‘잣대’는 서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상임대표 김중배)가 입법 청원한 정기간행물법 개정안이 그것. 개정안은 특정인의 신문사 지분소유를 30%로 제한하고 30대 재벌의 신문사 소유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정간법이 특정인의 신문사 소유에 아무 제한이 없어 재벌신문 못지 않게 폐해가 심각한 족벌의 언론 지배를 규제하기 위해, 방송법의 입법취지에 준하여 지분을 제한하고 공공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물론 이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 차나 접근방법을 둘러싼 이견들도 적지 않다. “신문사의 소유를 일률적으로 제한한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한 것”이라는 지적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침해라는 법적 논란 등 다양한 반론들이 제기되고 있다.

관훈클럽에서 구성·운영한 한국언론2000년위원회의 <한국언론보고서>에도 지분제한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민의 소유인 전파를 위탁받은 지상파 방송의 지분한도를 매체 성격이 다른 신문사에 원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규정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잉금지 원칙 중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지분을 제한하더라도 지배주주의 경영방침과 투자자들의 사적 이익이 맞물려 기본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 또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더라도 공정거래법 적용이나 경영투명성을 강제해나가는 등의 다른 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전해철 변호사는 헌법 23조, 119조 등을 들어 지분제한의 타당성을 거론했다. “재산권에 대해 공익 등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으며 기업과 관련 균형 있는 경제의 성장, 분배와 시장지배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를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또 “역사적 배경이나 현실 여건에 대한 인식 없이 해외사례만 들어 지분제한에반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신문사 매입에 나선 한 개인의 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84년 소유집중을 막는 법안을 의결하기도 했고 독일의 경우 신문·출판법을 운영하는 등 나라마다 실태에 맞게 언론법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그 ‘실태’에 대한 언론현장의 시각 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편집권 독립 보장이든, 소수에 의한 여론장악 우려이든 지분제한의 목표가 일차적으로 1인 사주로 향해 있다는 점에서 그 한 축은 오너십에 대한 평가에 더 기대어 있다. 한 기자는 “흔히 사주의 전횡과 폐해로 비판받는 것처럼 편집국 인사나 지면 간섭 등이 실제로 횡행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사주의 지향성이 잘못됐거나 노골적인 간섭이 심각한 지경이라면 편집국 차원에서도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은 외압에 대한 방패막이로서 사주의 역할과 함께 ‘여러 가지 소유구조를 가진 신문들이 있는 지금의 상황을 놓고 봐도 소유지분, 편집권 독립, 신문의 질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간다. 각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반론은 “1인사주의 이해가 그렇게 일상적으로 작용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한 신문사 간부는 “사주가 있으면 필연적으로 이해관계가 개입하고 권력 지향적인 양상이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사주일가와 관련된 비리나 의혹에 눈을 감거나 선거에 개입하는 등 주요 시기마다 그같은 편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주의 오너십에 대한 평가는 역대 정권과 결탁이나 특혜 등 언론사적인 맥락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동안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일선 기자들의 사주와 소유제한에 대한 입장은 주요 시기마다 궤를 같이 해왔다. 97년 대선 직후인 98년 기자협회 신년 여론조사에서 기자들의 84.7%가 언론사 내 편파보도의 주체로 사주·경영진을 지목했으며 가장 필요한 언론개혁 과제로 재벌·족벌의 언론사 소유제한(59.7%)을 꼽았다. 같은해 3월 신문기자와 언론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90.6%가 개인이나 집안의 신문사 소유지분을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기자협회 신년 조사에서 기자들은 보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이 여전히 사주·경영진(39.3%)이라고 응답했다.

물론 소유·경영·편집의 분리, ‘사기업’으로서 기업공개 요구,경영 투명성 강화, 시장구조 개선 등 지분제한과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두거나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과제들이 산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련의 여론조사 이후 기자들의 여론이 얼마나 급변했을 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같은 추이는 다양한 논란만큼이나 소유지분 제한이 ‘해묵은 현안’이었음을 보여준다.

소유지분 제한이 언론개혁의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지만, 여전히 주요 쟁점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