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압수수색이나 현행범 체포 장면을 피의자 동의없이 방송하면 사생활과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와 향후 취재 관행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합의 8부(재판장 채영수 부장판사)는 14일 전 음대 교수인 최모씨가 SBS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1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비록 음대 교수시절 바이올린 불법과외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되기는 했지만 공인도 아닌 원고에 대해 방송사가 동의없이 음악연습실 압수수색, 체포장면을 촬영해 방영한 것은 사생활과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SBS는 지난 99년 1월 4일 8시 뉴스에서 당시 최씨가 운영하던 서대문구 영천동 음악연습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및 체포장면을 찍어 방영했다.
재판부는 “해당장소가 얼마나 공개된 곳이냐 하는 점이 사생활과 초상권 침해 여부의 판단 요소였으며 문제의 음악연습실이 공개된 장소라기 보다는 최씨와 음대 지망생들의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언론 관련 재판의 상당수가 명예훼손과 관련된 것인데 비해 이번 판결은 현행범의 초상권과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도 언론의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기자는 “압수수색이나 체포 장면은 그림이 된다는 이유로 관행처럼 보도해온 게 사실”이라며 “최근엔 줄어들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잘못된 취재관행을 법원이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방송사 기자는 “판결문에 따르면 개인의 사적장소에 대한 동의없는 취재는 모두 불법이 되는 셈”이라며 “앞으로 사회 고발성 취재에 있어 상당히 곤란한 제약사항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