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연두회견 이후 ‘언론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그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평가가 언론계 내외에서 제시되고 있다. 그중 언론개혁과 직접적으로 이해 관계에 있는 신문사와 줄곧 언론개혁을 주창해온 언론단체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신문들은…
동아·조선·중앙 등은 김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 길들이기’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개혁보다는 언론자유를 주장하는 반면 대한매일·한겨레 등은 환영하며 정간법 개정, 언발위 설치 등 언론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2일자 사설에서 “걱정스러운 것은 김대통령의 언론관”이라면서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언론개혁이 좌파적인 소유구조 개편을 주장하는 편협한 소수의 소리”라고 주장했다. 17일자 ‘김영희 대기자의 투데이’에서는 “대통령이 언론의 보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무언의 전제 아래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에만 동조해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것은 교각살우의 주문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19일자 권영빈 칼럼은 언론사 소유구조 문제와 관련, “가족형태든 주식형태든 소유형태는 큰 문제가 아니다”며 “최근 진행 중인 언론개혁의 논의방향은 마치 소유형태만 고치면 언론이 다 개혁되는 양 외줄서기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2일자 사설에서 언론 길들이기 의혹을 제기하며 김대통령이 언급한 ‘언론개혁을 위한 대책 마련’에 대해서도 “언론자유와 책임있는 보도를 강조하면서 그런 식의 압력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동아일보는 13일자 사설에서 “김대통령의 발언이 자의적이며 일방적인 논리”라며 ‘강한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 의혹을 제기했다. 또 동아일보는 같은 날 정치권 주도의 언론개혁을 반대하는 심재철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시론을 게재했다.
반면 19일자 1면에 ‘긴급진단 언론자유’ 시리즈를 시작한 한겨레를 비롯해 경향, 대한매일은 언론개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한겨레는 15일자 ‘언론개혁이 좌파적 주장?’ 제하의 기사에서 “동아·조선·중앙의 반발이 수구신문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라고 지적했다. 또 17일자 정연주 칼럼은 “수구세력의 근원인 족벌언론의 혁파 없이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정간법 개정, 언발위 구성 등을 주장했다.
대한매일은 12일자 사설에서 언발위 설치, 정간법 개정 등을 통한언론개혁의 제도화를 촉구했다. 16일자 김삼웅 칼럼도 동아·조선·중앙의 보도 태도에 대해 “‘좌파적’이니 ‘포퓰리즘적 수법’이니 하는 것은 민심을 왜곡하는 ‘위험한 언론관’”이라며 “수구언론이 개혁되지 않고는 국가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17일자 데스크칼럼에서 “족벌언론들은 국민들을 극우파적 시각으로 재무장시킴으로써 역사의 진전을 방해한다”며 족벌언론의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한국일보와 문화일보는 언론개혁에는 공감을 표하면서 방법론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한국은 13일자 사설을 통해 “대통령의 지적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신문 소유구조를 일률적으로 규제하자는 주장은 신문의 자유에 본질적으로 반하는 위험한 논리”라며 소유 지분 제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화는 12일자 사설에서 김대통령의 발언 시점을 두고 “정권에 협조하지 않는 비판적 언론에 대해 제도적인 규제를 만들겠다는 것인지…”라며 언론 길들이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지방지의 경우 경기일보, 국제신문, 매일신문, 부산일보 등은 김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이 언론 간섭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반면 광주일보는 지지의 뜻을 표명했다. 특히 경기일보는 “만약 언론개혁을 지배구조 측면으로 말하면 정부가 소유한 주식부터 내놓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언론단체는…
김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 이후 언론·시민단체들은 대통령의 언론개혁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하면서도 언론사 세무조사, 공정거래법 적용 등 기본적인 역할조차 방기해온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의 입장은 크게 ▷김대통령의 발언에 주목, 향후 실천 여부에 각별한 관심을 둘 것이며 ▷정부의 행보와 관계없이 언론개혁운동을 일관되게 펼쳐나가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정부는 법으로 규정돼 있는 언론개혁 부분을 실천하고 시민사회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간법 개정, 언발위 구성 등에 총력 매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시민단체들은 대국민 운동을 강화하고 힘있는 연대운동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 11일 자율개혁을 기조로 삼아왔던 김대통령이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국회가 합심해 언론개혁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하자 언론·시민단체들은 “언론개혁의 중요성과필요성을 강조한 것일 뿐 아니라 언론의 자율적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확인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렇지만 “현행법 테두리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언론개혁 운위하는 것은 자기모순을 드러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7일 성명을 내고 “그동안 신문사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왜곡된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노력할 것을 촉구해왔지만 정부는 언론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현행법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외면해왔다”고 비판했으며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15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과 정부는 언론사 세무조사, 공정거래법 적용 등 그동안 방치해왔던 언론개혁 사안에 대해서 당장 실천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또 일부 신문이 ‘음모론’ ‘좌파론’ 운운하며 언론개혁을 폄하하고 동참을 거부하는 것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언개연은 “국회는 언론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언론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언론계도 시민사회의 요구를 폄하하지 말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언론발전 방안을 마련하는데 동참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으로 네티즌 사이에서 언론개혁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민언련은 18일 동아·조선·한겨레 등 12개 신문에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1차 온라인 시위를 벌였다. 민언련은 곧 KBS, MBC 등 방송을 상대로 2차 온라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