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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휴일 없는 기자들

발언대  2001.0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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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에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갖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도 그 부류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때때로 일찍 들어갈 수도 있건만 그럴 때면 뭔가 허전한 마음에 이리저리 배회하다 기어코 누군가를 만난다. 그 뒤 집에서 처음 만나는 건 "또 한잔 했군"이라는 푸념 반, 핀잔 반 섞인 아내의 한마디. 그래도 그게 고마운건 그 말에 밴, 나에 대한 아내의 관심 때문이리라.

지난해 추석 때 모처럼 아내가 웃었다. 명절 때면 국도에서 몇 번이고 남의 눈치를 봐 가며 아이 오줌을 누이고, 그렇게 시달려 시댁에 가서는 또 어르신들 눈치보며 일이 없어도 바쁜 척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던 아내가 웃었다. 시댁에 안가도 됐으니까. 남편이 신문 노동자라 3일 연휴 중 마지막날은 당연히 회사가야 하는데 거기다가 하필 추석 당일에 당직까지 겹쳤으니까. 그렇게 회사에 이틀을 반납했던-'독자들께 반납했다'고 해야겠지만 솔직히 그런 생각은 들지 않고 그냥 회사에 반납한 것 같다-지난해 추석이 지나고 올해 설이 닥쳤다.

이번에 아내는 못 웃는다. 나 역시 웃을 기분은 아니다. 지난해 추석 때처럼 여벌의 당직 근무는 없지만, 여느 직장인이라면 8일이나 쉬는 1월에 나는 4일 밖에 못 쉬니까. 기자의 숙명이려니, 체념은 하면서도 왠지 좀 서글프다. 기자 수가 넉넉하면 이런 일은 없으련만.

에익, 생각만 해도 지친다. 피곤한 몸과 마음 달래려 오늘 저녁에도 소주나 한잔할까. 안주는 뭘 할까. 돈도 없는데 간부들이나 안주로 삼지 뭐. 설 연휴 있답시고 다른 휴일에 신문 만들어야 하니 휴일마다 모두 나와 일하라는 A, B, C 부장. 뭐 하러 다 불러모으나. 설 연휴 때문에 특별히 내는 휴일자는 광고 없다고 면도 얼마 안되고, 취재원들도 쉬는데. 다 나와도 태반은 할 일 없이 눈치나 보고 어슬렁대다 들어가지 않나. 부장도 괜히 시킬 일 없는데 불러내서는 똑같이 기자들 눈치만 보겠지. 그럴 바에야 편히 쉬고 다음에 힘내서 더 일하는 게 언론사로서도 이득일 터. 부장들이 괜히 불안해서 다 나오라는 건 아닌지. 내가 부장까지 될 리도 없지만, 혹여 부장이 되면 그러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