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기자실은 일단 그 규모로 볼 때 '서울 공화국'에 걸맞는 크기다. 신문 기자 71명, 방송 기자 23명. 방송 카메라 기자 6명까지 합하면 꼭 100명이다.
물론 1진과 2진 이하, 카메라 기자실이 따로 있어 100명이 한 자리에 모이지는 않지만 가장 많은 상주인구를 지닌 2진 이하 기자실은 늘 북적대기 마련이다. 이곳은 각 언론사 부스가 등을 맞대고 일렬로 촘촘히 늘어서 있기 때문에 처음 기자실에 온 방문객은 "꼭 독서실에 온 것 같다"는 평을 내린다.
기자실의 규모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시청은 호락호락한 출입처가 아니다. 25개 구청을 제외하고 시 본청과 관련 사업소 등을 포함해 기자가 얼굴을 익혀야할 4급 이상 간부만 141명이나 된다.
취재 분야도 다양해 도시계획, 재개발·재건축, 하천과 도로 관리, 교통대책, 장애인 복지, 어린이집 지도·감독, 노숙자 대책, 화장실 관리, 월드컵 준비, 관광, 환경 등 가짓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그냥 다른 행정부처에서 하는 일을 모두 합한 뒤 이를 다시 축소시켜 놓았다고 보면 맞다.
이런 이유로 특히 경력 5년 이하 젊은 기자들에게 서울시청은 수련과 경험을 널리 쌓을 수 있는 좋은 출입처다. 시청에서 웬만큼 구르다 보면 다른 출입처에 가서도 크게 곤란 없이 업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 출입은 또한 행정 서비스가 시민들의 일상 생활과 어떻게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기회다. 행정의 효과가 시민들에게 즉각 나타나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이 무엇인지,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 시민을 위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앞으로 도시 관리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시청이란 바다가 너무 넓어 그물 한 번 제대로 못 올려보고 헤매는 경우도 많다. 시에 온 지 얼마 안된 신삥 기자들은 물을 먹고 나서도 누구한테 물을 먹었는지, 또 어디에 확인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를 아는 시 공무원들은 "2년쯤 돼야 시 돌아가는 게 보인다"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
출입 기자끼리 알고 지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각 부스에 파묻혀 정신없이 기사를 써대는 동료와 선후배들의 등짝만 바라보며 몇달씩 보내기 일쑤다. 물론 친목을 위해 일년에 한두차례 야유회를열고 간간이 시장과 함께 맥주를 마시는 '호프타임'도 있지만 전체적인 친목을 이루기는 역부족이다.
요즘 시청 출입기자들의 취재 방향은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60∼70년대 시청 출입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시청 출입기자들은 연일 쏟아지는 도시계획 사업 보도에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어디에 도로를 뚫느냐, 어디에 택지개발사업을 벌이느냐와 같은, 땅에 금 긋고 집 짓는 일들이 중요했다. 당연히 시책의 보도와 이에 대한 비판이 주요 쟁점이었으며 이런 기사가 신문 1면을 수놓곤 했다. 90년대 들어선 지방자치제 실시와 함께 행정 감시와 견제의 역할이 중요하게 떠올랐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고 할까. 요즘 서울시청 출입기자들에겐 예전과 다른 의미로 '서울'이 화두가 되고 있다. 서울이란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시민들의 일상 생활과 그에 필요한 정보들이 출입기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지점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기자실의 변화가 또 하나 있다. 올 겨울, 서울시청 출입기자실은 몇차례에 걸친 운영위원장의 훈화와 설득으로 인해 '금연지구'로 선포됐다. 마감시간,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대는 모습은 아스라한 과거의 추억이 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