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8일부터 두달간 실시된다. 94년 김영상 정권에서 있은 후 7년만의 일이다.
우리는 이번 신문, 방송, 통신 등 전국 규모 언론사 22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큰 환영을 표한다.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는 국민의 기본 의무인 납세 형평성을 위해서도 지극히 당연한 조처다. 그러나 무엇보다 언론사 세무조사는 바로 언론개혁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우리는 주목하는 것이다.
아다시피 우리 언론사들은 그동안 세금문제와 관련해 성역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족벌언론, 재벌언론은 조세 치외법권 지역에 안주하며 편법적으로 온갖 특혜를 누려온게 사실이다. 상당수 언론사 경영이 예측불허의 난맥상을 보이게 된 원인도 이처럼 ‘납세성역’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언론사에 대해선 자금흐름은 물론 수익구조조차 파악되지 않아 경영합리화는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일부 언론사 주변에서는 세무조사도 어려울 정도로 재무관리가 엉망이란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를 놓고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정권유지를 위한 언론 길들이기”라거나 “언론탄압”이라며 반대논리를 펴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세무조사 면제특권은 언론자유와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 반대로 투명한 경영을 이끌어내고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선 세무조사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를 통해 경영상태를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건강한 언론기업으로의 재탄생에도 세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우리는 본다.
우리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정부 당국에 다음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세무 조사 결과를 한 점 의혹 없이 낱낱이 공개하라는 것이다. 최근 일부 언론사와 정치권 일각에서 당국의 세무조사에 대해 ‘언론사에 재갈 물리기’라며 비판하고 있는 것도 실상은 7년 전 정부가 세무조사를 해놓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탓이 크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이와 함께 이번 조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난 언론기업의 경우 지속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해 문제의 근원을 뽑아야 할 것으로 본다. 일과성과 수박 겉핥기식 조사로는 세무당국이 애초 의도했던 그 어떤 결과도 얻어낼 수 없음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국세청이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있겠지만 그 동안 언론계에서 많은 비판을받아온 족벌언론의 불법상속과 편법증여, 자회사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매출규모 은폐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말길이 바로 잡혀야 나라의 근본이 선다”는 말이 있다.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가 언론계 내부에서는 족벌 또는 재벌 등 비민주적인 소유구조에 의해 침해받고 있는 편집권 독립에, 외부적으로는 언론의 대국민 신뢰 회복에 기여하길 바란다. 그럴 경우 후대 사가들은 21세기 첫 언론사 세무조사를 높이 평가하는데 결코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