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1월 언론의 호들갑이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과장된 제목, 연출 의혹이 제기되는 사진 등이 한 신문의 제목처럼 삶의 터전을 ‘유령 마을’로 보이게 한 탓이다.
신문 사진의 경우는 연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 1월 8일자 1면의 주택가에서 스키를 타는 사진을 찍은 김동호 기자는 연출 여부에 대해 “서초동에 있는 스키업체에 취재를 나왔다 업체 직원들이 가게 앞에서 스키를 타는 모습을 보다가 (내가) 이왕이면 골목 위로 올라가서 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골목길에서 사진을 찍었다”며 애초부터 연출을 위해 조작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 동아일보 1월 16일자 1면의 “너도 춥지”라는 제목의 주민이 축사 앞에 있는 소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있는 사진을 찍은 김동주 기자는 “소 사진을 찍기 위해 세 시간을 돌아다녔으나 날이 추워 밖에 나와 있는 소가 없었다”며 “마침 밖에 나와 있는 소가 있었는데 소만 찍기는 밋밋해서 이불을 덮어달라고 해서 찍었다”고 밝혔다.
기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파가 불어닥친 1월 15일경 대부분의 중앙 일간지 기자들은 철원 현지로 취재를 갔으나 사진 뿐만 아니라 편집과 기사에서도 과장 보도가 심해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대한매일은 같은 날 신문에서 이 마을을 두고 ‘해지면 인적 끊겨 유령 마을로’라고 제목을 뽑아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기사를 읽은 한 주민은 “시골은 도시와 달라 낮에도 인적이 드문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신문들의 ‘너무 생생한’ 추위 보도에 당황한 것은 방송. 같은 날 함께 취재를 하고도 다른 장면이 나오자 다음 날 KBS는 사회부 기자와 춘천방송총국 등 2개 팀을 급파했다.
당황한 것은 신문을 본 철원군 공무원들도 마찬가지.
취재 당일 “특별한게 없다, 다른 것 없느냐”는 기자들의 채근에 “사람 사는 게 다 마찬가지”라며 취재 안내를 했던 공무원들은 보도를 보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날 KBS를 비롯해 조선, 한국 등의 언론사에서 기자들이 다시 내려오자 ‘어제보다 더 세게 나갈 것’을 우려, 선선히 취재 협조를 할 수가 없었던 것. 한 기자는 공무원들이 민가 취재를 피하기 위해 “한탄강이 많이 얼었다더라”고 얘기하자 철원군 직탕 폭포지역을 취재하기도 했다.
춘천 지역 언론사 기자들도대부분 데스크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동아일보 ‘소 사진’이 나가자 몇몇 신문사 사진 기자들도 데스크로부터 질책과 함께 ‘좀 더 다른 사진’에 대해 강한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반복되는 연출 사진 논란의 한 원인을 짐작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