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무조사 대상이 되는 상당수의 서울지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은 세무조사 결과가 공개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94년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용이라는 비난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공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또 대부분이 세무조사 결과가 자사 편집·보도방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보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 방침 발표 직후 서울지역 10개 신문사와 통신사 편집국장, 4개 방송사 보도국장을 상대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에는 총 11개사 편집·보도국장이 참여했으며 조선일보, 중앙일보, 세계일보, YTN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구월환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이미 99년 세무조사를 받은 언론사 입장에서 다른 언론사의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BS의 경우 보도국장이 휴가 중인 관계로 이궁 부국장이 설문에 참여했다.
<질문 문항>
1.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 이후 발표된 이번 세무조사가 특정 언론을 겨냥하거나 언론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가.
3. 세무조사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4. 이번 세무조사 결과가 자사 편집·보도방침에 영향을 미치리라고 보는가.
박명훈 경향신문 편집국장
1. 언론도 성역일 수 없다. 법인으로서 정당하게 집행되는 세무조사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
2. 세무조사 대상에 전체를 다 포함시키는 등 형평성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 세무조사가 대통령 발언이 있은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져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무조사 자체를 언론 길들이기 차원으로 볼 수는 없는 문제다.
3. 원칙적으로 세무조사 결과는 공표하지 않는 것이지만 YS 집권 당시 정부와 거래나 통제 의혹이 불거져 말썽이 있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내용을 발표해 투명성을 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특히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도 적잖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니 만큼 탈루나 주식거래 상의 문제가 있다면 조사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4. 전혀 영향 없다.
한석동 국민일보 편집국장
1. 진실로 ‘표적조사’ 의도 없이, 발표 내용대로라면 이설(異說) 없음.
2.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3. 일반기업의 관례와수준에 맞추는 것이 정도(正道).
4. 반드시 그럴 것으로 보지는 않음.
최홍운 대한매일 편집국장
1. 신문사도 기업체이니 만큼 법이 정한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2.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합법적이며 당연한 세무조사가 그렇게 왜곡돼 논란거리가 되어선 안될 것이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 옳다.
3. 그렇다.
4. 전혀 미치지 않을 것이다.
최규철 동아일보 편집국장
1. 동아일보는 세무조사에 떳떳하게 응할 것이다.
2.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3. 국세청이 판단할 문제다.
4. 아니다.
최희조 문화일보 편집국장
1.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규정에 따른 것이니 만큼 언론사도 예외 없이 받아야 한다.
2. 정치적인 의도가 있어서도 안되고 그렇지도 않다고 본다. 특정사에서 탈루나 세금회피 등을 했다면 법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세무조사는 특정 언론사가 아닌 과도한 탈루행위를 겨냥하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이번 조사는 필요하고 정당한 것이다.
3. 원래 일반기업에도 세무조사 한다고 공표하지는 않는다. 언론사가 과거 세무조사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특수성 때문에 그같은 지적이 나오는데 원칙적으로는 공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일반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불법행위가 드러난다면 철저히 조사해 공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부분적 공표에는 찬성한다.
4. 전혀 영향받지 않는다.
고영재 한겨레 편집국장
1. 필요하다. 조세정의의 구현을 위해서라도 언론사가 성역으로 남아있을 수 없다.
2. 그런 의도만으로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망에 힘입어, 권력의 칼을 빼든 느낌도 없지 않다. 국민적 여망과 권력의 욕구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3. 공표하는 것이 옳다. 언론사의 공익성을 고려할 때 조사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특히 불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했거나, 지분의 변칙적인 증여를 통해 경영권을 영구히 유지하려는 언론사주가 있다면 엄정하게 다스려져야 한다.
4.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로되 일부 언론사의 경우 영향을 받으리라고 전망한다. 최근 수십년 동안 권력의 뜻에 따라, 혹은 사주의 입맛에 따라 춤춰온 한국 언론의 행태를 돌이켜 볼 일이다. 편집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뿌리내렸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신상석한국일보 편집국장
1. 언론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2. 그렇지 않다. 다만 결과를 가지고 악용해서는 안된다.
3. 공표해야 한다.
4. 없다.
장영섭 연합뉴스 편집국장
1. 필요하다. 모든 기업이 정례 세무조사를 받는 입장에서 언론만이 예외와 특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언론 발전이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2. 어떤 의도가 있는지 여부를 외부에서 예단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본다. 이 문제는 언론기업의 투명경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며 어떤 의도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정부가 혹시라도 언론 길들이기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거나, 접근하려 한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며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다. 공명정대한 접근만이 모든 것을 정상궤도로 올려놓는 해법이다.
3.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 공표하지 않을 경우 해당 언론사에 대한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으며 언론 길들이기용 세무조사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4. 영향을 미칠 이유가 없다.
유 균 KBS 보도국장
1. 만시지탄의 감이다. 언론사도 기업이니 만큼 정기 세무조사는 당연하다.
2. 전 언론사가 대상인데 무슨 특정 언론 겨냥하기인가. 개혁이 정권과 언론사 힘겨루기로 되는 것도 아니고 국가 시스템 속에서 언론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며, 제대로 조세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기본 업무다. 그러한 기본 역할을 그동안 안한 게 문제다. 대통령이 언론개혁 발언을 했다고 해서 곧바로 정권에 의한 언론개혁으로 이어져도 문제지만 세무조사를 ‘음모론’으로 연결시키려는 발상도 경계해야 한다.
3.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 공개 안하면 국민들은 정부를 의심할 것이다. 뒤에서 그걸 갖고 정부가 개입해서 활용할 우려가 있을 것이란 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공개해야 한다.
4. 전혀 아니다.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다.
김승한 MBC 보도국장
1. 언론사라는 이유로 예외적인 대우를 받아왔던 관행이 크게 잘못됐었다. 국세청은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를 해야 할 것이며, 과거 세무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할 줄 안다.
2. 세무조사 시점의 미묘함 때문에 일부 언론사에서 그렇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추측’이 ‘오해’에 불과하다면, 국세청은 조사의 분명한 원칙을제시하고 앞으로 정례적인 조사가 집행될 것임을 밝혀야 한다.
3. 당연하다.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으나, 공표하지 않을 경우 또다른 오해가 생길 여지가 크며, 자의적인 세무조사라는 비판이 거셀 것이다.
4. MBC의 경우 자금의 불법이동이나 변칙 상속, 변칙 증여 따위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도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다.
이 궁 SBS 보도국 부국장
1. 필요하다. 그동안 성역처럼 비켜갔으나 더이상 언론사도 예외일 수 없다. 그동안의 특별대우가 언론병폐를 낳았다.
2. 그렇게 보지 않는다. 우리사회가 점차 투명해지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의 의도를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넘길 사회가 아니다. DJ의 의도니 야당의 의도니 하는데 이런 것들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단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언론 길들이기’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본질을 흐리기 위한 저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3. 공표해야 한다. 신문사든 방송사든 투명하지 않으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단기적으론 언론사에게 힘든 고통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투명한 언론을 만들어 권력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언론의 자기정화를 확립하고 단련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러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야 독립언론으로서 떳떳한 위상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4. 전혀 그렇지 않다. 신문의 경우는 벌써 기사에 그런 의도가 보이지만 방송사는 그동안 투명하게 경영해왔다. KBS와 MBC는 국정감사를 받고 있고 SBS는 자체 감사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 요즘 민간기업은 투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방송사는 뉴스를 보면 알겠지만 이번 세무조사 발표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신문은 부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