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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언론들 '이수현씨 죽음'왜 대서특필하나

자국 젊은이 이기주의 우려하다 이씨 용기에 '감동'

서정은  2001.02.05 10: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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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역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유학생 이수현씨의 죽음에 대해 일본 언론이 이례적으로 대서특필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산케이 신문 등 일본 주요 신문들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6일부터 연일 이씨 이야기를 1면 및 사회면 톱기사와 사설 등으로 비중있게 보도했다. NHK-TV 등 방송사도 이씨의 장례식과 관련 소식을 주요 뉴스로 취급했으며 일본 언론사가 개설한 성금 모금접수 계좌에는 일본 시민들의 정성이 답지하고 있다.

이씨의 죽음을 보도한 일본 언론들의 반응은 ‘충격’과 ‘감동’으로 축약된다. 일본 젊은이들의 각박한 이기주의와 폭력성을 우려하던 일본 사회가 이씨의 인간애와 용기있는 행동에 ‘감동’을 받았으며 특히 이씨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충격’이었다는 것이다.

한 일본신문 서울지국장은 “많은 일본인들은 한국사람이 일본사람을 미워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학생이 일본인을 구하려고 목숨을 던졌으니 깜짝 놀란 것”이라며 “일본 언론들은 이씨의 용기를 감동적인 행위라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신문사 도쿄특파원은 “한국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큰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씨와 함께 철로에 뛰어들었다가 사망한 다른 일본인은 이씨에 비해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이를 항의하는 전화가 빗발치자 관련 보도가 늘어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보수적인 언론 가운데 하나인 산케이신문이 이씨의 죽음을 가장 크게 보도한 것은 최근 모리 총리를 중심으로 진행중인 교육개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한 방송사 도쿄특파원은 “모리 총리가 일본 젊은이들의 희생정신과 집단정신을 키워야 한다며 집단합숙훈련 계획 등을 발표하자 진보 언론인 아사히와 마이니치에서 획일화 교육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씨의 죽음은 모리 총리와 산케이신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모리 총리가 이씨의 영결식에 참석해 “그의 죽음이 일본 젊은이에게 모범이 되도록 가르치고 싶다”고 말한 것이나 산케이신문이 “이씨의 행동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요지의 사설을 싣고 있는 것에서도 드러나는 대목이라는 것.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이씨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사설을실기도 했다.

일본과 국내 언론이 이씨의 죽음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높다. 국내 신문사 한 도쿄특파원은 “이번 일은 한일 국민들의 선입견을 깨는 하나의 좋은 계기가 됐지만 한일 관계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등의 분석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일본신문 특파원도 “이씨의 죽음을 한일관계, 역사문제까지 끌고 가면 오히려 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 언론 둘 다 이 문제를 지나치게 미화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