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은 9일 도쿄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94년 세무조사 당시 사주들의 비리를 대거 포착했으나 큰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한편 조선일보는 10일자에 이례적으로 미디어면을 신설, 각 신문사 법인세 납부, 부채비율 등을 공개하고 나서 주목된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조찬 간담회에서 “당시 언론사주들의 비리 문제가 포착됐고 가족이 가져서는 안될 재산도 가지고 있었다”며 “국세청 조사 결과대로라면 여러 신문사에 상당한 세금을 추징해야 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사주들을 비롯한 언론사의 비리의혹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어서 현재 진행중인 세무조사에 대한 관심과 함께 결과의 공개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김주언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94년 당시 언론과 유화적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언론통제의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현 정부도 세무조사 결과를 공표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와 조선일보는 10일 사설을 통해 “김 전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94년 세무조사의 결과와 처리내용 등 진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조선일보는 미디어면을 신설, 각 신문사 법인세 납부, 부채비율 등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조선일보는 ‘한겨레·대한매일 등 5사, 97~99년 법인세 납부 0’ 제하 기사를 통해 “이 기간동안 조선일보가 가장 많은 653억7100만원의 법인세를 냈고 97~99년 한겨레, 대한매일, 국민일보, 세계일보, 문화일보는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한매일의 한 간부는 “적자를 내는 기업이 법인세를 안내는 건 당연한데 이를 마치 탈세범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독자들에게 세금을 적게 낸 언론사는 부도덕한 회사라는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 ‘장사도 잘못하면서 떠드느냐’는 비난의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한편 세무조사 실시에 대한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눈에 띄는’ 보도태도는 9일까지 되풀이됐다. 국회 재경위 공방을 전한 9일자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공정위까지 언론조사 사전 시나리오 의혹”(1면),“치밀한 준비후 언론 공격하나”(5면)라는 제목으로, 동아일보도 “국세청-공정위 동시에 기업 조사한 선례 있나”(1면), 야 “언론장악 시나리오 의혹”(4면)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반면 같은날 중앙일보는 초판에 ‘언론 재갈물리기 추궁’, “탈세혐의 없어도 조사하나” 라는 야당 주장을 제목으로 실었으나 시내판엔 야당과 정부여당 입장을 같이 뽑았다.
3개 신문은 6일자부터 “언론 제압용 세무조사 부당”(동아), “특정언론 겨냥하기 위한 나머지 언론 들러리 조사”(조선), “세무조사 언론장악용”(중앙) 등 한나라당 주장만을 반영한 일방적인 제목 뽑기로 언론계의 비판을 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