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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 쟁점 진단] ②판매시장 정상화

자생력 확보 위한 기초작업

김상철 기자  2001.02.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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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정착을 위한 타율 개입의 필요성.’

신문 판매시장 정상화를 논할 때 흔히 거론되는 말이다. 그동안 신문의 ‘하부구조’를 이루는 판매시장이 복마전과도 같다는 비판은 숱하게 많았다. 자율적 노력의 성과와 한계, 그에 따른 법·제도상의 보완책도 언론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신문협회 산하 신문공정경쟁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경품 제공 사례가 적발됐을 경우 경품 사용 건당 100만원의 위약금을 부과하는 등 위반시 제재를 대폭 강화한 신문공정경쟁규약을 시행했다. 판매 관계자들은 개정된 규약 시행 이후 경품 사용이 현저히 줄었다고 말한다. 예전 같으면 지국에서 퀵보드 10개를 돌리다가 적발됐을 경우 적발횟수로 쳐서 1회 100만원의 위약금을 물지만 이제는 1000만원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반면 규약 위반에 따른 신고건수는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경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만큼 장기무가지 제공이나 ‘끼워 팔기’ 등 할인판매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 경품이 완전히 근절된 것도 아니다. 한 판매 관계자는 “대부분 지난해 개정된 판매규약 시행 이전에 구입한 경품의 제고분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또다시 확장요원 문제가 불거진다. 최근 경기악화에 따른 부수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지국 별로 확장요원을 채용, 확장에 나서는 과정에서 지국장의 묵인 하에 자체적으로 경품 재고분을 구입해 살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1부당 5~6만원까지 올라버린 확장비 때문. 대부분 특별한 소속이 없는 확장요원의 등록제 도입을 통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같은 양상은 판매시장이 기본적으로 판매만으로는 수익을 올릴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을 보여준다. 통상 지국이 판매대금의 60%를 본사에 납입하고, 본사에서는 일정 수준의 확장부수를 할당해 이를 채우지 못하면 해당지국에 책임을 묻는 등의 계약조건에서도 본사와 지국 간 비정상적인 관계와 근본적인 ‘저가 판매’ 구조의 일단을 확인할 수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연·상임대표 김중배)에서 지난해 8월 제출한 신문시장 개혁 의견서에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구한 첫번째 항목이 차별할인과 정가할인 규제였다. 독점규제법에 입각한 ‘신문고시’를 부활시켜 할인판매를 엄격히 규제하는 한편 판매부대비용을 제한하고 판매 분야의 제반 거래가 과세신고대상이 되도록법인세법,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하자는 것. 아울러 확장요원 활용을 방문판매법의 적용대상으로 두고 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개연은 정기간행물법 개정안에서도 ‘독자의 권익보호’ 조항을 신설, 구독강요나 무가지 제공을 금하도록 명시한 바 있다.

다른 한편 판매시장 정상화의 주요 과제로 제기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공동판매제 도입이다. 언개연도 지난해 8월 의견서에서 신문공동판매회사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 마련을 문화부에 제안했다. 정부가 언론정보 인프라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공익자금을 통해 기금을 제공하고 신문협회는 각 신문사가 사정에 맞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회사를 설립·운영하자는 내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언론계 내부에서도 주목할 만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논의를 시작한 경향신문, 국민일보, 대한매일, 문화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등 6개사의 공동배달회사 설립 추진이다. 이들 6개사는 사업자를 선정해 배달전문회사를 설립, 4월부터 전국적인 공동배달을 시행할 계획이다.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신문사 관계자는 “공동판매가 아니기 때문에 구독률이나 마진률이 좋은 신문 위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경사판매 우려도 적다”면서 “아웃소싱에 따른 배달비용 절감, 무가지 등의 거품부수 제거, 배달원 복지 향상 등으로 시장 정상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언론2000년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고비용 저효율이 특징인 신문 판매시장의 정상화는 신문사들이 기업적으로 자생력을 확보하고 환경감시가 주요 기능인 언론매체로서 정당성을 견지하는 기초작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판매시장의 실태는 이같은 신문사들의 ‘기초’를 바로 세우기 위한 자율 노력의 강화와 법·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의 필요성을 아울러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