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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언론개혁은 정쟁 대상이 아니다

주장  2001.02.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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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언론사 세무조사 중단을 촉구한 데 이어 언론사에 대한 공정위의 불공정 거래·부당 내부거래 조사에 대해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당의 이회창 총재는 지난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무조사가 아무리 합법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당하지 않은 목적, 즉 언론을 제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땐 그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세무조사는 명백히 정당성을 결여한 언론탄압이므로 세무조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안택수 의원은 8일 열린 국회 재경위에서 “국세청에 이어 공정위가 언론사를 윽박지르고 나선 것은 누가 봐도 언론사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이 총재의 빗나간 언론탄압론이 내년에 있을 대선을 겨냥, 세무조사에 반발하고 있는 대형 언론사들을 향해 공개적인 ‘구애’를 한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대법관까지 지낸 사람이 ‘합법적인 조사일지라도 거부하는 게 법치주의’라는 해괴한 논리를 폈겠는가? “이 정권이 새 해 벽두부터 사전에 준비된 각본에 따라 야당 탄압과 언론 탄압을 동시에 시작했다”는 주장에 이르러선 동병상련론으로 대형 언론사들의 환심을 사려는 ‘추파’를 본다.

이번 연설에서 그가 ‘국민 우선 정치(People First)’를 하겠다고 서약한 것도 언론 개혁에 관한 한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찬성하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 개혁의 이름을 빈 언론 제압”이라고 우겼겠는가? 이런 자기 모순에 빠진 것도 그가 여론에 귀기울이기보다 언론, 즉 지면과 화면을 잡는 편이 대선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본다. 하기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각계가 지지해도 언론이 무시하면 공론화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남기 공정위원장은 “공정위 조사 결과 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면 과징금 부과 등 법에 따라 처리하고 조사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도 세법이나 들먹이며 조사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고 강변할 게 아니라 개략적인 결과라도 밝힌다든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94년 세무조사 때 세금을 제대로 낸 언론사는 이후 YS 정권에 더 당당할 수 있었다. 한 회계사의 지적대로 7년만에 세무조사가 이루어지는 것 자체가 어쩌면언론사가 누려 온 특혜를 방증한다.

이 총재 말대로 “7년 동안 하지 않던 세무조사를 갑자기 시작해 이 정권을 비판하던 언론이 지금 크게 위축되고 있다”면 해당 언론사들이 국세청장 말대로 탈루 혐의가 있기 때문은 아닌가? 내야 될 세금 제대로 내고, 공정경쟁을 해치지 않는다면 정권도 언론사를 탄압하거나 제압할 수단이 없다.

만에 하나 이 정권이 국세청이나 공정위의 조사결과를 움켜쥐고 뒷거래나 원격조종을 하려 든다면 우리가 앞장서 국민저항운동을 전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