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저녁 6시 30분 한겨레 편집국. 최학래 사장이 당선 이후 처음 가진 월례 석회(夕會)에서 200여명의 기자에게 ‘구조개혁’의 절박성을 강한 어조로 털어놓았다.
최 사장이 강변한 것은 안팎으로 직면한 한겨레의 변화 요구에 대한 의지 표명. 최 사장은 경영실적과 광고 사정 등으로 인한 재정압박과 이로 인한 조직 개편의 필요성과 사원들의 동참을 강변했다.
먼저 “지난 선거 때 보낸 준 질책과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입을 뗀 최 사장은 “선거과정에서 한겨레 공통의 의지를 확인했다. 이제는 실천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나태나 무관심은 용납하지 않겠다”며 간부들의 반성을 촉구하고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변화에는 내부 저항이 따르겠지만 선거 때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또 “실질적인 집행 기구로서 21세기 기획단을 만들었다. 사원들의 희생적인 참여를 바란다”면서 “동참의지가 없다면 개인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발언은 지난 해 경영 실적과 올 한해 광고 사정으로 이어졌다.
최 사장은 “사원들의 보너스 삭감으로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올 한해 광고 시장은 “큰 폭의 광고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임금에서도 큰 폭의 삭감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어디인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로부터 직면한 변화 요구를 ‘희생적 참여’ ‘개인적인 결단’ 등으로 촉구한 최 사장의 발언은 내부의 조직 분위기 쇄신을 언급하면서 더욱 거칠어졌다.
최 사장은 “양치기 소년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대표이사가 어렵다면 어려운 것이다. 믿지 않을 사람은 한겨레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일 안하는 사람은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무능한 사람이 (회사를) 나가는 게 아니라 협조하지 않는 사람이 나간다”고 말했다. 30분 동안 이뤄진 최 사장의 연설은 “올해는 한겨레 생존 결단의 해다.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라며 “한겨레는 여러분의 것이 아니라 역사의 것이다. 그런 각오로 임해주기 바란다”는 말로 끝났다.
이 날 석회가 끝나자 사내에는 ‘한겨레 창사이래 가장 센 대표이사 발언’이라는 평이 나왔다.
김보근 노조위원장은 “사장의 발언이 사내 비판을 지나치게 막을 수있다는 의견도 나왔다”며 “그러나 한겨레가 변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지난 선거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는 지난 2일 최학래 사장을 단장으로 한 ‘21세기 기획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구조 개혁에 들어갈 계획이다.
3개 팀으로 구성, 각 팀장이 전임을 맡은 기획단은 작년 말 ‘한겨레 제2창간 위원회’에서 제출한 안을 포함해 한겨레 경영난 타결을 위한 방안을 검토한다.
실무팀장을 맡은 차성진 경영기획실장은 8일 “임금 삭감은 있을 수 있지만 사람과 관련된 것은 검토하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