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서울, 국민, 동아, 세계, 조선, 중앙, 한국, KBS, MBC 등 10개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했던 94년. 그해 세무조사에 대한 언론계와 정치권의 반응이 지금과 달라 눈길을 끈다.
우선 94년 2월 국세청에서 언론사 세무조사 방침을 밝히고 3~6월 조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사설을 통해 입장을 밝힌 신문은 없었다. 한겨레에서 진행과정을 보도한 것 외에는 대부분 간략한 스트레이트를 통해 세무조사 착수 사실을 알렸을 뿐이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93년 4월 공보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언론을 장악하거나 지배하려는 어떠한 발상도 있어서는 안되지만 저자세로 언론의 환심을 사려고 하지도 않겠다”고 밝혔고 94년 1월 국세청 업무보고에서도 성역 없는 조사를 강조했으나, 이같은 발언과 세무조사를 연계시켜 해석하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비슷한 점이 있다면 5~7월 열린 국회 내 여야 공방을 전하면서 ‘언론사 세무조사 문공위 열띤 공방’, ‘정부 언론정책 집중추궁’ 등으로 세무조사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이다. 반면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세무조사 전면 중단’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5월 31일 오인환 공보처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문체공위에서 채영석 민주당 의원은 “언론사가 법인으로서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나 세무조사를 빙자한 언론통제는 금물”이라며 “세무조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정권이 언론사의 약점을 이용, 통제하려는 저의가 아니냐”고 물었다. 박지원 의원은 “현 정부가 간접적인 방법으로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며 “시중에 나돌고 있는 말처럼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오 장관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며, 세무당국의 기본 입장은 기업의 경제활동 보호를 위해 그 결과를 공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무조사 내용을 대상으로 한 행정조치 등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7월 4일 본회의 석상에서도 무소속 서훈 의원은 “언론사 세무조사는 언론의 억압적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조사결과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영덕 국무총리와 오인환 장관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세정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단계에서 결과를 말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