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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한국기자상 수상소감

[대상]김정일-장쩌민 극비 베이징 회담

한국기자상  2001.02.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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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유상철 기자(베이징 특파원)



내가 베이징 특파원으로 부임한 것은 지난 98년 2월 17일이다. 홍콩에서의 특파원 경험도 있고 해서 처음엔 의욕이 대단했다.

97년 겨울 내가 아직 홍콩 특파원으로 있을 때 홍콩에 들른 회사 선배의 말이 귓전을 때렸다. ‘어차피 스트레이트 기사는 세계의 유수 통신사 등에 밀릴 것이니 베이징에 가면 박스 기사를 많이 개발하는 게 나을 것’이란 말이었다. 잠자코 듣긴 했지만 내심 승낙하기가 어려웠다. 베이징에 가면 멋지게 이 선배의 말을 뒤집으리라 마음 먹었지만 막상 눈앞에 닥친 현실을 타개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오랜 궁리는 최선은 아니겠지만 나름대로의 방법을 낳는 것 같다. 현지의 취재원 확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됐지만 2년여 베이징 특파원 생활 끝에 마침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밀 방중과 이어진 장쩌민 주석과의 극비 회담 소식을 서방 언론에 앞서 보도할 수 있었다.

물론 이 특종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낸 것은 아니다. 여기엔 밤잠을 못 이루며 함께 고민한 회사 선배들과 동료들의 정성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 특종으로 나는 89년 자오즈양 체포, 97년의 덩샤오핑 사망 등 세계적 특종을 일궈냈던 선배들에 대해 어느 정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또 적지 않게 축하도 받았다.

그러나 내가 가장 기쁘게 생각한 것은 한국 언론을 대하는 베이징의 외신들 태도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한국 언론의 역량이 중국에서 어느 정도 평가를 받는데 일조를 한 것 같다는 생각에 몹시 기뻤다.

다시 한번 이같은 격려의 장을 마련해주신 언론계 선배들께 감사를 드리며 다음에는 한반도 관련이 아닌 순수 국제뉴스에서 외신들을 따돌리고 이같은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