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이수형 사회부 기자
2000년 7월 잘 알고 지내던 변호사의 사무실에 들렀다. 그는 경부고속전철 로비사건의 주역중 한명인 프랑스 알스톰사 한국지사장의 부인 호기춘씨의 변호를 맡고 있었다. “사건기록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기록에는 수사발표에 없었던 중요한 내용이 있었다. 문민정부 출범 직후 민자당 사무총장이던 황명수 전 의원이 로비스트 최만석씨와 호씨의 주선으로 알스톰사 회장을 만났고 최씨가 고속철 로비를 부탁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무렵 법조팀 후배 신석호 기자는 신동아 동료 기자에게서 전화제보를 받았다.
“린다 김 사건 수사가 계속되는 것 같으니 참고하라”는 것이었다.
두 가지 정보를 토대로 다시 취재에 나서 검찰이 고속철 로비 사건의 뒤를 캐고 있었고 황 전 의원 계좌에서 ‘월척’을 건졌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7월 말 검찰이 극비리에 발부받은 계좌 추적용 압수수색 영장 가운데 서너개를 체크하게 됐다. 이후 9월 말까지 검찰 내사 진전상황을 확인해 ‘안기부 자금의 정치권 유입’사실을 확인, 10월 4일부터 연속 보도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진상규명’을 명분으로 보도자제를 요청해 한동안 보도되지 않다가 지난 1월 초 검찰수사가 다시 본격화하면서 전모가 공개됐다.
취재가 벽에 부닥쳤을 때 ‘진실’을 깨닫도록 이심전심으로 도움을 준 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