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시리즈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동안 언론에 수없이 다뤄진 주제를 얼마나 더 파헤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컸다. 그러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 기업과 은행, 금감위, 재경부,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관련기관을 총체적으로 훑고다니며 팩트를 수집하자 출입처에 얽매여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문제 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그간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예보와 자산관리공사를 취재하면서 공적자금 집행과 회수과정의 많은 문제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는 예보 운영위원회의 문제점이 처음으로 파헤쳐졌고 부실 투자신탁 및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주먹구구식으로 산정됐다는 점도 자세히 다뤄졌다.
시리즈가 나가자 독자들은 물론 정치권의 반향도 컸다. 지난달 열린 공적자금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은 중앙일보 시리즈 기사를 거의 교재처럼 활용했다.
그러나 시리즈를 끝내고 난 뒤 ‘좀 더 깊숙히 파헤쳤어야 하는데’라는 후회가 남는다. 특히 대우그룹 등 부실기업에 투입된 막대한 공적자금이 낭비된 과정은 취재원들의 노골적인 거부감과 비협조로 대강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매일 스트레이트 꺼리를 짜내느라 팀원들은 머리에 쥐가 났지만 5일 연속 1면 톱으로 밀어 힘을 실어준 최철주 편집국장과 노상훈 부국장, 손병수 부장께 지면을 빌어 감사를 드린다.